집 안에 앉아 인터넷으로 장을 보는 건 여러모로 편리하기는 하지만 꼭 그만큼이나 쓸데없는 것까지도 사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일단 손가락 몇 번 놀려 카트에 물건을 담다 보면 내가 지금 도대체 돈을 얼마를 쓰고 있는가에 대한 감각이 현격하게 둔해지게 마련이며, 비슷하게 클릭 몇 번 하면 손쉽게 다른 카테고리를 둘러볼 수 있으니 생각난 김에 산다는 핑계로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꾸역꾸역 같이 사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실제로 마트에 직접 갔을 띠니 느끼는, 이걸 사면 셀프로 집까지 들고 가야 한다는 감각이거기서 많은 것들이 걸러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강 저런 사실들에 입각해서, 편하게 인터넷 주문을 하는 대신 오늘은 정말로 '꼭 필요한 것'만 사겠다는 각오로 오후에 잠시 집 근처 마트에 다녀왔다.
날씨도 추워지고 된장찌개나 끓여 먹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집에 된장이 얼마나 남았더라. 여기서부터 일단, 냉장고 속에 든 된장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체크해 보지 않고 뛰쳐나온 나의 덤벙거림에 한숨이 나왔다. 대강 반 통 정도 남아있는 것 같으니, 그냥 하나 사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된장은 개봉만 하지 않으면 실온보관을 해도 되고, 사다 두면 언제 먹어고 먹으니까 말이다. 마침맞게 한 통에 3천 원도 채 안 하는 가격으로 할인까지 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그렇게 마트 안을 한 바퀴 빙 돌며 몇 가지 나름 꼭 필요하다 싶은 것들만 사서 나오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렇게 끄덕끄덕 집 앞까지 오고 나서야, 나는 두부를 빼먹고 안 사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저번에도 한 번 두부 빼먹고 된장찌개 끓여서 찌개 아니고 국 만든 적이 있었는데 왜 이럴까. 내가 두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건가. 재빠르게, 더 이상의 '삽질'을 하지 않기 위해 일단 짐이 무거우니 대충 현관에다 부려두고 후딱 나가서 편의점에 가서 두부를 한 모 사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편의점에서 사는 두부는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당연히 적게는 몇 백 원 많게는 천 원 정도 비쌀 테지만 이 정도 '멍청비용'은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퉁치기로 했다. 그렇게 일단 집에 돌아가서 냉장고에 넣어둬야 하는 것들부터 대충 냉장고에 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니 냉장고 속에 든 지금 먹고 있는 된장 말고도 언젠지 사다 놓은 새 된장 하나가 이미 있었다. 어이가 없어져 한참 웃고 말았다. 된장 이렇게 재놓고 뭐에 쓸 거냐고, 어디 가서 싸움질하고 머리 터지면 바르기라도 할 생각이냐고 결국은 이쯤에서는 더는 못 참고 어설픈 나 자신에게 양껏 싫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사라는 두부는 안 사고 안 사도 되는 된장은 두 개나 재 놓게 생겼고. 아유 정말이지 언제나 철 들 생각이냐며. 그나마 집 앞 편의점에 파는 두부는 자체 브랜드가 붙어서 한 모에 천 원밖에 하지 않아서 그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좀 있으면 혼자 산 지 3년인데 난 아직도 마트에 갈 때마다 이런 식으로 살 건 안 사고 안 사도 되는 걸 사 오고는 집에 와서 사 온 것들을 풀면서 후회한다. 정말 언제쯤 되면 안 이럴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긴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