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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치킨을 시켜 먹지 않게 되었다. 언제부터랄 것도 없다. 그가 떠난 이후부터 이렇게 되었으니까. 혼자 먹는 치킨은 어쩐지 좀 찐맛없이 느껴져서 피자나 햄버거는 더러 사다 먹어도 치킨은 이상하게 잘 시켜 먹지 않게 된다. 아마 치킨에다 내가 편의점에서 골라온 맥주(대개는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일 때가 많았다)를 마시며 한 주를 마무리하던 그 시절의 기억이 내게는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집 근처에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게가 하나 있다. 요즘 치킨값 너무 비싸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 말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게다. 치킨을 자주 시켜 먹지 않게 된 데다 아닌 게 아니라 치킨 값이 너무 비싸지기도 해서 자의 반 타의 반 한동안 발을 끊은 가게였다. 그런데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아 가게의 주문 앱을 다운받으면 몇 가지 메뉴를 마리당 4천 원이나 할인해 준다는 뉴스를 보고 또 잠시 혹하고 말았다. 치킨 안 시켜 먹은 지가 아무리 짜게 잡아도 1년은 된 것 같으니 이 참에 치킨이나 한 마리 시켜 먹어보자 하고는 앱을 다운받아 4천 원을 할인받고 그 할인이 무색하지 않도록 배달 대신 포장을 선택해서 25분 후 치킨을 찾아 집으로 들고 왔다.
오랜만에 먹는 치킨은 이 맛있는 걸 왜 그간 그렇게 내외하고 살았던가 싶을 만큼 맛있었다. 그러나 절반을 넘기면서부터 점점 먹는 페이스가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서너 조각을 남겨놓고는 도저히 못 먹겠어서 잠깐 손을 놓았다. 그러나 이 치킨 서너 조각을 남겨놨다가 도대체 뭘 할 건지, 간식 삼아 먹기에도 애매하고 밥반찬 같은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리기엔 돈이 아까워서 콜라를 곁들여가며 꾸역꾸역 한 조각씩 먹었다. 그러고 나니 밤에 일과를 마치고 자리에 누울 때까지 부른 배가 꺼지지 않아서 미련한 짓을 했다며 내내 후회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난 지금까지도 어딘가 기름진 것을 잔뜩 먹고 난 후처럼 속이 벙벙해서 점심을 먹을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와 함께 치맥을 할 때는 치킨집마다 있는 두 마리 세트를 주문해 각자 한 마리씩을 야무지게 먹고, 그 배부른 맥주까지 마시고도 이렇게 배가 불러 고생하지는 않았었는데.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먹는 양도 따라서 준다더니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를 떠나보낸 3년 간 내내 하루 한 끼만 먹고 살아버릇한 내 위가 이젠 1인 1닭이 어림없을 정도로 줄어들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4천 원이 아니라 5천 원을 할인해 준다고 해도 그냥 할인 안 되는 반 마리나 시켜 먹어야겠다는 씁쓸한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