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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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요새 많은 분들이 비슷하시리라 생각하지만 일과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잘 오지 않아 뒤척대거나, 새벽에 불쑥 깨서 괜히 핸드폰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잠이 드는 일이 잦다. 그 와중에 날은 춥고 켜놓은 전기장판은 그지없이 따뜻하다. 그래서 요즘 깜빡 늦잠을 자고 화들짝 놀라 일어나는 날이 늘었다.

문제는 그 늦잠이라는 것이 다른 날은 다 괜찮아도 월요일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월요일은 이미 몇 번이나 쓴 바 간만에 정기적으로 거래처에 가서 미팅을 해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새벽 다섯 시쯤 불쑥 잠에서 깨서 30분 이상을 뒤척거릴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까무룩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계가 어느새 아홉 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큰일 났다.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꼭 해야 할 일만을 대충 해놓고 총알처럼 집에서 튀어나갔다. 그러느라고, 평소라면 미팅에 가기 전에 들렀을 우체국에 들르지 못했다.


요즘 관공서들 중에 점심시간에는 민원을 보지 않는 곳이 늘었다. 원래는 직원들끼리 순번을 정해가며, 수가 좀 적어서 느리게나마 처리가 되긴 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아예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은 업무를 보지 않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미팅을 마치고 제일 가까운 우체국까지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가야 했다. 12시를 넘겨버리면 1시까지 기다려서 소포를 부치고서야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볼일을 다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우체국을 들르느라 동선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체국에 도착한 것은 11시 40분쯤이었고, 미리 접수도 해 두었고 패키징까지 다 해두었던 덕분에 시간 안에 무사히 접수를 마치고 한숨을 내쉬며 우체국을 나올 수 있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근무 중에 점심시간 한 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아홉 시에서 여섯 시까지 칼근무에 빨간 날은 절대로 근무를 하지 않는 관공서의 특성상 그 시간을 놓친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일을 보라는 거냐는 생각에 나도 모를 볼멘소리를 할 때가 더러 있다. 그냥 순번 정해서 절반은 열두 시부터 한 시까지 점심시간 하고 나머지 절반은 한 시부터 두 시까지 점심시간 하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것도 소위 말하는 진상 마인드인가 하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진다. 뭐 누가 뭐래도 제일 좋은 해결책은 평일 일과 중에 일을 보는 것이 눈치 보이지 않고 빡빡하지 않게끔, 우리의 일과가 다 같이 넉넉해지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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