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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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얼죽아'라는 유명한 줄임말이 있는데 요즘은 '얼죽신'이라고 한다. 그게 뭐냐니까 '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연식이 조금만 오래된 집은 전세 등이 잘 나가지 않는대서 붙은 말이라는 모양이다. 조만간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르니, 참고해 두면 좋으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연식이 다소 있는 편이어서 이곳저곳이 돌아가며 말썽을 부리고 있다는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물 빠지는 속도가 시원치 않은 세면대와, 그 세면대의 배수관 구조가 아무래도 사람을 부르지 않고 혼자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쓰고 있다는 글도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이 세면대 문제에 관해 나는 나름 한 가지의 해결책 아닌 해결책을 발견했다. 샤워까지 다 하고 욕실을 크게 쓸 일이 없을 시간대에 배수구 클리너를 한 시간 간격으로 두 번 정도 부어 놓는다. 그래놓고 그날 밤 자기 전쯤에, 5리터 정도가 들어가는 물 끓이는 주전자에 한 주전자 물을 끓여서 세면대에 들입다 붓는다. 이 작업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요일을 정해 놓고 한다. 말하자면 세면대가 막히기 전에 미리미리 뚫는 것에 가깝다. 별 것도 아닌 주제에, 은근히 매우 귀찮기는 하다. 가장 불편한 것은 끓인 물을 붓기 전까지는 세면대를 쓰면 안 되기 때문에 손을 씻거나 할 때 샤워기를 틀거나 밖으로 나와 싱크대를 쓰거나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 외에도 세면대에 배수구 클리너를 언제 부어놓았는가 하는 것만 하루 종일 시계를 쳐다보며 세고 있는 것도 아닌데 시간 맞춰 두 번 배수구 클리너를 부어야 하는 것도 번거롭고 그것도 모자라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이제 따끈한 전기장판 켜놓은 침대에나 누워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물 끓여서 부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을 때 버럭 치미는 짜증까지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눈 딱 감고 일주일에 한 번만 겪으면 되는 귀찮음을 다 씻고 난 후에도 세면대에 물이 빠지지 않아 욕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불편함과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꼬박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선제적 조치'를 취했더니 그 후로는 세면대가 거의 절대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애를 먹이지 않아서, 일주일 중 하루의 불편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신경 안 써도, 아무것도 안 해도 알아서 모든 게 해결되면 참 좋겠지만 우리의 일상이라는 건 대개 그렇게 편리하게 흘러가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또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그와 함께 지내던 시절엔 나 대신 그가 이 모든 걸 다 신경 쓰고 있었구나 하는 걸. 그래서 그 몫까지도 이젠 혼자 남은 내 차지라는 걸.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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