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 쓰는 마스크

-417

by 문득

외출할 때 집을 나서는 순간이나 혹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놓고, 가끔은 1층까지 내려가서야 빠뜨린 물건이 생각나 아차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다. 원래는 대개 립밤이었다. 나는 입술이 굉장히 잘 마르는 편이고 특히 겨울은 더 심해서 립밤 없이는 몇 시간씩 밖에 나가 있기가 어려울 정도다. 요즘은 심지어 마트에서 할인 행사 중일 때 립밤을 몇 개 사다가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에 죄다 하나씩 넣어두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커버를 하고 있다.


그렇게 립밤을 깜빡하고 안 들고나가는 것에 대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나니 다음으로 떠오른 유망주가 마스크다. 요즘 외출할 일이 있을 때 아차차 소리를 내며 집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이유는 대부분 마스크 때문이다. 아니 코로나 때 2년 가까이 집밖으로 한 발만 나갈 때도 마스크를 쓰면서 살았는데 외출할 때 마스크 좀 챙겨서 나가는 게 이렇게까지 손에 안 붙을 일인가가 스스로 생각해도 좀 의아할 정도다.


물론 그렇다. 요즘은 코로나 팬데믹도 아니고, 정 마스크를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는 게 귀찮으면 그냥 나가도 아무 문제없다. 출입을 제한당하는 일도 없고 주위의 눈총을 받는 일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외출 후 나오는 재채기 몇 번에 나 혼자 괜히 찜찜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야무지게 잘 챙겨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도 악착같이 외출 시에 마스크를 챙기는 것은 이제 내가 아프면 안 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는 이제는 아프면 나만 손해고 나만 서럽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얼마 전부터 독감이 유행이라고, 이번 독감은 엄청나게 독해서 한 번 걸리면 한 달씩 고생한다는 악명이 자자하다. 심지어는 요즘 유행 중인 독감이 두 종류라 하나를 앓고 겨우 나았는데 다른 종류의 독감에 또 걸려서 두 배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마스크는 그런 호흡기 질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혼자 지낸 지난 3년 간 몇 번 아파 봤다. 감기였던 적도 있고 급체였던 적도 있고 배탈이었던 적도 있다. 그리고 그럴 때 나를 돌보는 건 언제나 아픈 나 자신이어야만 했다. 곰살맞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약을 사다 주는 것까지 바라지 않아도, 열이 오른 이마를 짚어 보는 사람 하나 없는 지난 3년을 지나면서 나는 아프면 나면 손해고 아프면 나만 서럽고 아프면 나만 힘들다는 사실을 필요 이상으로 뼈저리게 깨달아버렸다. 그래서 외출할 때 마스크를 빼놓고 나갔다가, 도대체 하루 이틀 쓰는 마스크도 아닌데 왜 매번 마스크 챙겨 나오는 걸 까먹느냐는 지청구를 하면서라도 기어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가지고 나온다.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싸게 먹히니까 말이다.


71746_78975_652.jpg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제적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