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늙어가는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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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내년 내 토정비결 결과가 꽤 좋다는 글을 일전에 한 번 쓴 적이 있었던 듯하다.


간만에 안부 전화를 주신 지인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며칠 있으면 설이다 하는 이야기를 거쳐 신년 토정비결 이야기가 나왔다. 제가 내년엔 토정비결이 좀 좋대요 하는 말을 했더니 토정비결이나마나 너 내년에 아홉수 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신다. 아, 그랬나. 사실 뭐 그렇다. 아홉수라는 건 워낙에 유명한 말이고, 또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것으로 삼재라는 것도 있다. 나 이거야 원 사람이 천년쯤 사는 것도 아니고 아홉수 다 빼고 삼재 다 빼고 하면 백 년 중 한 30년은 재수가 없겠네.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불쑥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를 떠나보내고 난 직후에, 별다른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몇 군데 점을 보러 갔었다. 그리고 점 보는 핑계로 참 많이도 울었다.(그 당시의 이야기들도 아마 이 브런치 초반의 글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찾아볼 엄두까지는 나지 않는다) 그렇게 찾아간 점집 중 한 군데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신랑이 올해 운세가 아주 좋지 않아. 아홉수이기도 하고. 사람이 재수가 없으면 물 한 모금 잘못 마신 걸로도 사레가 들려서 죽어요. 아홉수라는 게 결국 그런 거야. 잘 넘어가면 또 잘 넘어갈 수도 있는데 신랑은 그걸 넘어가지를 못했네. 그 말을 듣고 한참이나 울었던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그런 거라면, 이제 해가 바뀌면 그와 나는 동갑이 되는 건가.


그를 떠나보내고 난 후에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그는 더 이상은 나이를 먹지 않을 테니 언젠가 그와 내가 동갑이 되는 날이 올 테고, 내가 그보다 나이가 많아지는 날도 올 테고, 나는 점점 늙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겠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그 나이에 그대로 머물러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그리고 그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그와 내가 동갑이 되는 해가 벌써 와버린 모양이다. 시간은 안 가는 듯하면서도 가고, 멈추어있는 듯하면서도 꾸역꾸역 그렇게 흐르고 있었나 보다.


이제 정말로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아니다. 늙어가는 건 나만이고, 그는 언제까지나 이 나이에 머물러 있을 테니 이건 내가 손해 나는 장사이려나. 물론 만 나이까지 동원한다면 나는 10월이나 되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 그때까진 조금 유예해 볼 수도 있을 것도 같지만.


910b48d1-11da-4199-a433-b5b260ddaae1.jpg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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