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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튜브를 그렇게 즐겨 보지는 않는 편이다. 내가 유튜브를 보는 것은 주로 강아지나 고양이 한 마리 키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 대리만족 용으로 남의 집 강아지나 고양이, 혹은 그 비슷한 귀엽고 작은 동물들을 구경하러 갈 때나 갑작스레 생각난 옛날 노래를 찾아 들으러 갈 때, 어깨며 등이 뻐근해서 이럴 때 좋은 스트레칭이나 마사지 방법 등을 찾아보러 갈 때 정도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열렬히 구독하는 채널이 있지도 않다. 그래서 내 유튜브 화면 메인에는 새끼 고양이나 모 동물원의 인기 스타인 팬더 가족의 영상이 몇 개, 올드 팝송 클립이 몇 개, 조용한 음악들로 꾸며진 플레이리스트, 마사지볼이나 폼롤러 사용 영상, 케이크나 쿠키 등을 만드는 레시피 영상이 몇 개 하는 식의 아주 단조롭고도 평화로운 알고리즘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달을 지나면서 몇몇 정치 관련 유튜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뉴스는 사실 중복되는 내용도 많고, 그 보도하는 방향 또한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에 가까워서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좀 더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듣고 싶었기 때문도 있었다. 그렇게 몇몇 클립과 채널을 찾아봤더니 유튜브는 그것을 내가 정치에 대단히 큰 관심이 생긴 것으로 이해했는지 메인화면 가득 비슷비슷한 채널의 동영상들을 가득 띄워놓는다. 그렇게 메인 화면을 둘러보다가 썸네일이 신기하거나 자극적인 제목이 붙어있는 영상을 눌러보기를 몇 번 반복했더니(아쉽게도 영상이 그 제목에 걸맞게 알차게 재미있는 경우는 대단히 드문 것 같긴 하다) 꽤 긴 시간 동안 평온하게 유지되던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계엄, 탄핵, 구속, 재판, 내란 등등의 알고리즘으로 가득 찬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지난 12월 3일의 그 일 이후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엉망진창이 돼버린 건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원래 내 알고리즘엔 좋아하는 아이돌이랑 푸바오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내 알고리즘과 아빠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푸념이 자주 가는 카페 게시판에도 종종 올라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자기도 처지가 비슷하다고 한탄하는 댓글들이 한가득 달린다.
오랜만에 귀여운 새끼 고양이 영상이나 좀 보고 싶어서 유튜브 페이지를 열었다가 사방에 도배된 내란죄 수사 관련 영상들을 보고 잠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사건 이전의 그 평온함을 과연 되찾을 수 있긴 할까. 뭐든 그렇다. 사고는 한순간에 터지지만 그 사고를 수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때로는 꽤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지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