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뇌를 조종하는 것 같아.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서 미안해.

by 어떤사람


20240709 너의 말을 기억하기 위해서


비가 거세게 내리는 것도 아니면서 내내 추적거리는 비에 기분도 계속 좋지 않았다. 덕분에 예비특보가 발효되었고 신랑은 비상근무를 나갔다. 아빠가 필요하다며 엉엉, 징징 우는 아이들을 달래다가 울다 지치겠지 기다리는 중이었다. 기분도 좋지 않고 내 몸과 마음도 지쳐 체념 상태로 늘어져 있던 내게 아이가 생뚱맞은 질문을 했다.


"엄마, 아주 작은 구슬도 삼키면 안 되지?"

"그럼, 똥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아니면 안 되지~"

"똥으로 안 나오면 어떻게 되는데?"

"어디 있는지 의사 선생님이 찾아야지. 근데 왜?"


"근데 자꾸 삼키고 싶어 져."


"아, 그래... 그래도 그건 진짜 삼키면 안 되는 거야. 알지?"


"내 뇌를 조종하는 것 같아."

"어?"

"두 가지 생각이 같이 들어. 하고 싶은 생각 반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반 근데 하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어서 하는 거야. 내 뇌를 조종하는 것 같아. 예전에는 입으로 이렇게(소리 내는 것)도 안 했는데..."


혹시 너도 힘들었던 걸까? 아이는 부모가 보기에 견디기 힘든 습관들이 있다. 길을 가다가 벽이나 바닥을 훑거나 손을 짚는 것, 물건에 입을 대는 것 요즘에는 바닥에까지 입을 대려고 했다. 또 손을 입에 넣는 행위도 오랫동안 지속되었었다. 최근에는 입을 빠는 것처럼 소리를 내는 것도 심해졌다. 한편으로 눈을 찡끗거리는 습관은 좋아지기는 했지만 긴장하거나 불편한 상황에서는 여전하다.


처음에는 이러한 습관을 잡아 주기 위해서 아이를 많이 다그치기도 했고 화를 내기도 했다. 안 해야 하는 것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가 ADHD임을 알고 이것은 의지 문제가 아님을 이해했고 모르는 척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습관들은 그냥 아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아이가 이것 때문에 힘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의 말을 들으니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생각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혹시 그런 것 때문에 힘들었어?"

"응, 안 그러고 싶은데 내 뇌를 조종하는 것 같아."

"그러면 전에 막 엄청 걱정 많았을 때 병원 다녀와서 걱정이 좀 사라졌잖아, 이번에도 병원에 가서 한 번 물어볼까?"

"응, 그러고 싶어."


사실 작년 진단을 받고 나서 서울의 대학 병원을 한 곳 예약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유예의 시간을 주기로 하면서 예약을 여름방학으로 미뤄뒀는데 우리에게 준 반년의 유예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서 코 앞에 다가왔다. 하필이면 아이의 생일에 잡혀있는 예약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아이도 힘이 들어서 병원에 가보고 싶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약을 먹이고 싶지 않아서 미뤘던 시간들이 그저 엄마의 욕심은 아니었을까. 아이가 이렇게 힘이 든다는 걸 엄마가 모르고 아이를 다그치고 왜 그러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 아이는 아이대로 상처를 받았을 걸 생각하니 한없이 미안했다. 나는 또 내 기준에서 아이를 생각했나 보다.


엄마가 기억할게. 너도 너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그걸 너 나름대로 버텨내고 이겨내고 있었던걸. 그런 걸로 괴롭지 않도록 할게. 꼭 그렇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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