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산만하군요.

검사를 안 해봐도 알겠네요.

by 어떤사람

아이가 ADHD라는 진단을 받고, 그래도 상급 종합병원에서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보겠다고 급하게 그나마 예약할 수 있는 병원에 예약을 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유예의 시간을 주는 의미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난 여름방학으로 예약을 잡아 두었는데 어느덧.


병원에 가기 전에 학교 담임 선생님과도 상담을 했다. 한 학기 동안 지켜보신 담임 선생님의 피드백은 어떨까 싶었는데 담임 선생님은 "너무 잘한다."는 한마디로 표현하시면서 걱정하는 나를 되려 왜 그런 걱정을 하시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셨다. 사실 집에서는 일기를 쓰거나 할 때 너무 산만한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그런 모습이 포착되리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선생님이 보시기에 아이는 너무 반듯한 모범생이었다.


물론 긴장과 불안이 있어서 학기 초 적응기간에는 화장실을 수없이 드나들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것도 소거된 상태로 아이는 아주 모범적인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셨고, 내가 걱정했던 부분 중 하나인 아이들에게 주눅 들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할까 걱정했던 부분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셨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고민스러웠다. 사실 나는 거의 마음을 접고 약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히 느끼는 중이었기에 선생님의 피드백은 나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에 병원에서도 저번과 같은 결과라면 무조건 약을 복용할 것이라는 마음이었는데 선생님의 피드백은 다시 나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조용한 ADHD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담임 선생님의 피드백이 없기도 하다고는 하지만....


병원 진료 당일, 처음처럼 조마조마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담담하게 마음을 먹고 만난 의사 선생님은 아무래도 진짜 종합병원이라서 그런지 개인 병원보다는 차갑다는 느낌이 앞섰다. 이런 분위기에 아이도 분명 긴장감이 올라가기는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부모가 있는 곳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문진 하면서 질문을 하셨다. 개인 병원에서는 부모가 밖에서 대기하고 의사 선생님이 아이만 데리고 문진을 하셨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이런저런 질문이 이어지고 아이는 조그마한 소리로 질문에 대답을 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고 왜 대답을 못하지 싶은 질문도 있었으나 어쨌든 의사 선생님과의 오가는 대화 장면을 지켜보았다.


아이의 문진이 끝나고 아이를 밖에서 대기시키고 의사는 부모와 대화를 나누면서 지난 풀배터리 검사지를 확인하면서 '한 번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네요. 검사 날짜를 잡고 가세요.'라는 말로 상황은 마무리가 되었다. 병원을 나오면서 신랑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이는 의사 선생님과 대화 도중 내내 집중을 하지 못했다. 계속 발을 꼼지락거리고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 하면서 부산스러웠고 의사 선생님과 눈을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분명 대답을 하고 있지만 조금은 눈치를 보는 것처럼 의기소침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검사 안 해봐도 알겠다며 신랑과 웃음을 주고받았지만, 내려앉는 마음은 어찌할 길이 없었다.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잘 보지 못하는 모습에 분명 아이의 불안과 산만이 존재하고 있다. 긴장과 불안이 올라왔을 때 아이는 더 산만해지니까 쉽게 포착하지 못했다. 또는 너무 긴장한 순간에 아이는 경직되어서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기도 하는 것이다. 신랑은 안 해봐도 알겠는 검사를 해야 하는 거냐고 묻는다.


나도 모르겠다. 정답이 있는 거라면 좋겠다. 나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 내 뇌를 조종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