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을 아시나요?
방과 후 문학 수업 시간이었다. 현대 소설 단원을 시작하는 날이었고, 첫 소설은 이태준의 '복덕방'이었다. 이 소설은 '복덕방'이라는 장소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의 첫 질문은 '복덕방'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복덕방이 어떤 곳일까요?"
아, 아이들의 눈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나는 복덕방이 주는 이미지와 의미를 묻는 질문을 '가볍게' 던졌는데 저 눈은 '복덕방'이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눈빛이구나......... 첫 질문부터 '가벼운' 질문이 아니라 '환장할' 질문이었구나...
"다락방 이런 건가요?"
한 학생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대답을 신호로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온갖 '방'이 난무했다.
소설의 제목은 그냥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제목이 '복덕방'인 것은 '복덕방'이 주는 의미와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제목의 뜻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 소설 한 편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정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을 해주어야 할까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한다.
요즘 집이나 토지 등을 거래할 때 가는 곳이 어디죠? 바로 '공인중개사무소' 또는 '부동산'입니다. '복덕방'은 공인중개사무소 또는 부동산의 옛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죠. 그런데 공인중개사무소와 다르게 복덕방이 주는 의미는 다릅니다. 복덕방(福德房)은 한자로 '복 복' '덕 덕' '방 방'을 사용합니다. 복과 덕을 주고받는 방 정도의 의미겠네요. 과거에는 복덕방을 복과 덕을 주고받는 장소라고 인식했던 것이죠. 그러면 지금에 비해서 훨씬 정감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 드시나요?
사실 과거에는 토지나 집의 거래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중개업도 크게 전문적인 직업의 의미라기보다는 마을 사정을 잘 알고 계신 어르신들이 필요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 정도였던 것이죠. 그렇기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도 나누고 지나가면서 잠깐씩 들르기도 하는 공간으로의 의미도 지니게 됩니다.
그러나 근대화를 거치면서 집이나 토지에 대한 거래도 많아지고 전문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개발을 거치면서 일명 땅 투기에 대한 열풍이 거세지면서 이런 중개업자들의 역할 또한 커질 수밖에 없고 정보가 오고 가는 장소가 됩니다. 따라서 중개업자의 역할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게 되고 제약도 생길 뿐 아니라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격증도 생기고 법안도 마련이 되면서 이제 복덕방이라는 말의 이렇게 책에서 볼 수 있는 말이 된 것이죠.
수업을 하다 보면 '진짜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아가 '정말 너무 모르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 2024년을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여전히 1900년대의 소설을 가르치면서('한국 문학 단편집'을 읽어본 적도 없는 학생들이다.) 나 역시도 학생들에게 이런 소설을 가르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인가라는 의문이 종종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교육에서는 이런 소설들이 중요하고 우리의 역사와 사회와 민족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점점 잊히고 있는 무수히 많은 단어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