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해학을 수업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풍자와 해학이라는 말은 중학교 때부터 들어 본 모양인지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교과서의 풍자의 예로 '춘향전'과 '봉산탈춤'이 나왔다. '춘향전'은 수업을 한 부분이었고 '봉산탈춤'은 고1 학생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라 생각하고 설명했다. 해학의 예로 김유정의 '봄.봄'이 실려있었다.
문제의 시작이었다.
'춘향전'에서 풍자를 설명하면서 풍자와 해학의 개념을 이미 가볍게 설명하고 해학의 예로 김유정의 '동백꽃'이라는 소설을 들었다. 그래도 '동백꽃'이라는 소설은 대충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교과서에 실렸었기 때문에 어렴풋하게 기억해 낸다. 그리고 다시 김유정의 '봄.봄'이었다.
"김유정의 '봄.봄'을 읽어본 친구 있을까요?"
정적의 시간이었다.
"그럼 이 작품을 들어본 사람?"
더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턱 하고는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작년에는 그래도 반에 한 두 명은 들어보거나 읽어본 친구가 있었는데 올해는 없는 것인가?
수업 시간마다 각 반에 물어봤지만, 올해 아이들 중에 '봄.봄'을 읽어본 학생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반,
"얘들아, 너희가 선생님의 마지막 보루야."
아, 또 그 눈빛이다. 무언가 잘못된 눈빛.
"너희 '보루'가 뭔지 알아?"
"담배요?"
"이 놈의 자식"
'봄.봄'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쓸데없는 말을 해서 수업이 또 길어지는구나... ㅎㅎ
우리가 관용적으로 많이 쓰는 말 중에 '마지막 보루'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것이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됩니다. 비유적인 표현인 것이죠. 비유적 표현이므로 마지막 보배나 보물, 희망 등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보루'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이나 콘크리트 따위로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을 의미하는 군사적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적의 침입으로 지켜야 할 것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겠죠. 그래서 비유적으로 지켜야 할 대상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