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6 DAY53

아들의 세상이 궁금하다. (페니드정 복용 기록)

by 어떤사람

20250306 DAY53 오후 4시 1알 복용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면서 혹시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을까 걱정으로 마음을 졸이다가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는 아들 녀석을 보면 마음에 안도감이 든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던 녀석이 나를 보면서 달려 나온다. 오늘도 아이는 혼자 당당하게 내려왔다. 앞에 나온 여자 아이들이 우르르 운동장으로 가서 눈으로 장난을 한다고 모여 있으니 아이도 쌓인 눈에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제도 집에 가면서 발로 눈을 차서 한바탕 혼을 내고서 후회를 했던 터라 너도 가보라고 하고는 기다렸다. 다른 아이들은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우리 아들은 혼자서 눈을 모아 계속 운동장으로 던졌다. 골인을 시켜야 하는 위치가 있는지 혼자 좋아했다 아쉬워했다 하면서.... 그걸 보고 있자니 또 마음이 무거워졌다.


'혼자 왜 저러고 있지? 저게 재미있나?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못 가는 건가? 말을 못 걸고 혼자 저러고 있는 건가? 왜 그러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의 세계는 눈에 언 시뻘건 손가락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 손을 잡아도 자꾸 손을 미꾸라지처럼 빼는 아들과 차 때문에 위험하다고 손을 잡으라고 아니면 안쪽으로 걸어라는 나의 잔소리가 창과 방패처럼 부딪혔다. 이내 배가 고프다고 과일을 먹고 싶다고 짜증을 내는 아드님. 오늘 학교가 어땠냐는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일축하고는 짜증짜증을 부리고 머리로 박고...... 심호흡을 하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이 폭발 직전이었다. 녀석도 나름대로 힘들었을 거라고, 밖에서 사회생활하고 와서 엄마를 보고는 편안한 감정이 드니까 짜증을 내는 거라고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참을성이 부족한 엄마는 터져버리고 말았다. 오늘도 파국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아이에게 화가 나고 아이는 짜증을 내다가 받아주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함, 억울함, 무서움을 느끼며 돌아오는 집으로 오는 길.


집에 와서 먹고 싶다는 과일을 대령하고는 학교에서의 일을 물어보지만 세상 성의 없는 답변만 돌아온다. 조잘조잘하지는 않더라도 묻는 말에는 잘 대답해 주었으면....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친구들은 사귀고 있는지 걱정인데 아이는 괜찮았어 한 마디면 끝이다. 동생을 데리러 가야 해서 집에 혼자 있으라니 티브이를 본다고 해서 거절했다. 쿠폰 3장을 꺼내와서 당당히 30분을 보겠다고 하길래 엄마 말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면 쿠폰 한 장으로 30분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니 그제야 묻는 말에 대답을 한다.


"오늘 학교는 재밌었어?"

"어."

"쉬는 시간에는 뭐 했어?"

"놀았지."

"누구랑? 뭐 하고 놀았어?"

"친구랑, 맨날 하던 거."

"친구랑 사귀었어? 친구 이름이 뭐야?"

"이름은 몰라." (하............................................... 답답)

"맨날 하던 게 뭐야?"

"몰라? 보드게임."

"쉬는 시간마다 보드게임을 했어?"

"종이 접기도 했지."

"그건 혼자 했어?"

"하는 애도 있었어."

"도서관이 어딘지는 알았어?"

"어."

"어떻게 알았어?"

"친구가 말해줘서 갔어." (오~~~~~~~~~~~~~~~~~~~~~~~~)

"그 친구가 도서관에 가자고 했어?"

"아니, 도서관에 간대."

"도서관에 가는 건 어떻게 알았어?"

"어디 가냐고 물어봤지."

"그래서 도서관 간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했어?"

"아니, 같이 가자고는 안 하고 그냥 따라갔어." (하... 엄마의 상상 쭈그리처럼 쭈뼛쭈뼛 따라갔나?)

"그럼 같이 놀 때는 어떻게 해? 같이 놀자고 말해? 너가 먼저 말을 시킨 적 있어?"

"아니." (하............ 칼답..........)

"그럼 친구들이 먼저 너한테 말을 시켰어?"

"아니."

"그럼 어떻게 같이 놀아?"

"같이 놀자." (으응?)

"점심은 급식실에서 먹지? 어떻게 가?"

"걸어서 가지." (하........ 딥빡)

"아니, 선생님이랑 같이 가? 친구들이랑 가?"

"선생님이랑 가지."

"그럼 차례대로 가는 거야?"

"어."

"그럼 누구랑 앉아?"

"아니, 내가 말했잖아 차례대로 간다고 그러니까 번호대로 앉지." (아..............)

"수업 시간에는 오늘 뭐 했어?"

"기억이 안 나."

"1교시에 뭐 했는데?"

"몰라." (忍)

"오늘 있었던 일 중에 제일 재밌었던 건 뭐야?"

"몰라." (忍)

"오늘 혹시 힘든 일 없었어?"

"어."


그나마 대답다운 대답을 듣고, 이름을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지 못 어울리는 건지 학교를 잘 다니는 건지 마는 건지 마음만 무거워졌다. 아이는 재밌었다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는데 관계 욕구가 크지 않은 아이기 때문에 엄마는 관계를 걱정하는 데 아이는 그런 부분은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자려고 누워서 갑자기 '신이 있나? 하나님은 신이야? 천국 지옥 악마' 갑자기 철학을 이야기하는 아들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 물어봤다.


"아들아, 만약에 진짜 신이 있어서 정말 딱 한 가지 소원만 들어준다고 하면 너는 뭐를 빌 거야?"

(혹시 친구가 없어서 외롭다면 그런 이야기를 할 줄 알고, 학교가 힘들다면 학교 이야기를 할 줄 알고 내심 아이의 깊은 본심을 들을 수 있을 줄 알고)


"스마트폰"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나온 아들의 대답.


아들아, 너의 세계에는 뭐가 들었니? 엄마는 너의 세계가 너무나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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