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7 DAY54

페니드정 복용 후기

by 어떤사람

20250307 DAY54 오후 4시 1알 복용


#1

아침에 등교를 할 때 건널목을 두 개 건너야 학교 입구에 닿는다. 인도가 좁고 사람이 많아서 혼잡한데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둘째 아이를 데리고 다시 길을 건너와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이가 첫 번째 횡단보도에서 여기부터는 혼자 가보겠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는 겁이 많고 소심하고 내성적이었고 난 늘 그런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한 번씩 독립적이고 모험심이 강하거나 피할 거라고 생각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할 때가 있어서 뭐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아이의 adhd를 알고 세상을 앞장서서 헤쳐 가는 특성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충동성으로 엄마에게 자꾸 혼나기는 하지만.


#2

방법을 바꿨다. 나도 머리가 있는 사람이다. 하교할 때 짜증이 많은 아들에 대처하는 자세.

오늘은 집에 올 때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 다짐을 하고 좋아하는 초콜릿도 하나 사서 아들을 기다렸다.

평화로운 하교였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아이는 나름대로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고 힘이 들어서 가장 편한, 또는 안전한 아빠 엄마를 보면 짜증이 폭발이라는 걸. 거기에 엄마의 걱정과 노파심으로 질문을 퍼붓는 건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걸. 원래도 질문에 대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짜증 난 상태에서 자꾸 물으니 폭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놈의 걱정 때문에.


#3

평화로운 하교 후였다. 집에 와서 배고픈 아이가 과일과 과자를 정신없이 먹고 약을 챙겨 먹기까지는...

바둑학원에 가기 위해 나오라니 의자 위에서 안기길래 아이를 안아서 내려주려다 아이 발에 의자가 넘어지면서 내 뒤꿈치를 강타했다. 악 소리도 안 나오게 아파서 발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화가 울컥하고 올라오며 정적이 흐르고 정신이 들어보니 아이는 누워서 놀랬네라며 중얼거렸다.

아, 그렇지. 아이는 내가 아프건 울건 크게 관심이 없고 괜찮냐는 말을 건넬 줄 모르는 아이였다. 사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혹시 자폐가 아닐까 의심을 해보기도 했다. 엄마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도 않고 불러도 별로 반응이 없고 자기 할 일에 몰두하고 말을 조잘조잘하지도 않고... 그저 기질이라기에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심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아이가 갑자기 엄마 괜찮아? 한다. 너무 놀라고 감격해서 눈물이 날 뻔하다가 부끄러워졌다. 아이도 놀랐을 텐데 내가 내 감상에만 젖어서 아이를 챙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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