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4 DAY51

반전을 아는 녀석(페니드정 복용 기록)

by 어떤사람

20250304 DAY51 오후 4시 1알 복용


개학일이다.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다.

머리로 몇 번이나 그리고 그려본 개학 날을 풍경은 그야말로 지옥일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아이는 떨린다고 난리일 것이고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등교 시간이 될 때까지 엉덩이를 뭉개고 떨리다는 말을 수십 번 반복하겠지. 아무리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학교에 가서도 긴장과 불안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겠지. 담임 선생님께서 이해를 해주실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개학이다.


이사 전부터 아이는 간간이 전학을 가려니 떨린다는 말을 했다. 그때마다 괜찮다고, 우리 아파트 때문에 전학 오는 친구들이 엄청 많을 거라고 안심시켰지만 그래도 아이는 떨린다며 징징거렸다. 그때마다 내 가슴도 답답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결전의 개학이 오고야 말았다.


그.런.데.


아침에 떨린다는 말을 여러 번 하기는 했지만 화장실도 한 번 딱 가고는 특별히 안 가겠다는 말도 없이 따라나서는 것이다. 이게 웬일인가 싶었지만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까 봐 서둘러 데리고 나갔다. 눈이 많이 와서 학교 앞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는 무사히 등교를 완료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생각보다 아이가 잘할 거라고 믿으면서 기다렸다.


첫날부터 늘봄교실부터 모두 한다고 해서 오후 3시가 넘어서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면서 아이의 표정이 나쁘면 어쩌나,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지는 않았나 걱정이 되어서 내 마음도 붕붕거리고 있는데 멀리서 아이가 온다. 웃으면서 온다. 나를 보고 씨-익하고는 웃는다. 내게 달려와 안긴다. 아이 표정이 나쁘지 않은 것만도 가슴이 벅차서 온 세상이 내 품에 안긴 것 같았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아이는 학교가 재미있었다고 한다. 원래 학교와는 다른 점을 조잘조잘하면서 세 가지 다른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평소에는 먼저 물어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데 먼저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조금은 상기된 것 같았다. 학교에 잘 적응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수영장 있는 펜션에 놀러 가기로 한 것을 이야기하니 아이는 이미 오늘 다 적응했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 실소가 나왔지만 대단하다며 아이를 한껏 칭찬해 주었다.



어린이집부터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오늘의 등교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1학년 6년을 안 가겠다고 버티고 울기도 하고 긴장과 불안으로 힘들어하던 아이가 아니었던가. 매번 힘들어하는 아이를 안 보낼 수도 없고 기관으로 밀어 넣고는 마음 아파하고 혹시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덩달아 긴장하고 걱정했기에 아이는 전학이라는 큰 변화 역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연히.

그런데 아이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등교를 했다. 화장실을 들락 거리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내 바지를 붙들고 늘어지지도 않고 아이는 학교에 잘 다녀와서 심지어 오늘 적응을 다 했다고 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아이가 반짝하고 빛을 낸다. 기대하지 않은 순간 아이가 더 큰 힘으로 기대하지도 않은 일을 멋지게 해낸다. 이럴 때마다 어쩌면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있을 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는 늘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는 한다. 그래서 내가 아이를 믿어야 한다. 내 아이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되새긴다. (물론 금방 불안해지기는 하지만.) 더 많이 아이를 믿고 기다려야겠다. 그 사이에 아이가 또 훌쩍 컸나 보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로 잘 클 것이다. 아이를, 아이의 잠재력을 믿자. 마음 깊이 믿자. (그러나 내일 또 갑자기 등교를 못 하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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