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한 번 공개수업

힘들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 짠하기만 한 마음

by 어떤사람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울렁울렁하고 마음도 머리도 어지럽다. 내 눈에 보였던 엄마들의 명품백 때문일까, 쉬는 시간 혼자 책을 읽고 있는 아들의 모습 때문일까, 수업 시간 물병을 만지작 거리던 아이 때문일까, 아니면 내 아이가 가장 돋보이지 않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 품에 꼭 안기던 아들 때문일까.

아이의 학교를 나와 다시 내가 가르칠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걸어오는 내내 알 수 없는 기분이 그러나 분명히 무언가 부정적인 기분이 자꾸 나를 집어삼켰다.


일부러 조금 일찍 그래서 가장 먼저 도착해 아들의 교실 앞에서 기다렸다. 작은 틈으로 찾은 아들은 뭔가 부산해 보였지만 이내 바른 자세로 앉았다. 쉬는 시간이 되고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너도나도 엄마 아빠를 찾고 사회성이 좋은 아이들은 부모님께 친구를 보여주기도 했다. 와중에 맨 뒷자리에 앉아 뒷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아들은 혼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관심이라곤 조금도 없는 듯이 책을 보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흐뭇하기보다는 염려가 되었다. 혹시 친구들이랑 못 어울리는 건 아닐까. 저렇게 친구들이 돌아다니고 떠드는 데 혼자 앉아서 책을 읽는 건 뭐람.

한참 후에 책을 모두 읽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기관에 다니는 동안 아이는 엄마를 보고 반가워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봐도 그러려니 가도 그러려니 하는 편에 가까웠다. 그래서 공개수업에 가거나 하면 내게 달려와 아는 척을 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아이는 반가워하고 내게 안겼다. 내게 안기는 아들의 체온이 좋으면서도 나는 또 염려가 되었다. 왜 반가워하지?

수업 시간은 평범하게 지나갔다. 아이는 자리에 잘 앉아 있었고 물병을 내내 만지작 거리기는 했지만 선생님의 수업과 지시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발표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목소리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으므로 아이의 발언을 교사가 정확하게 듣고 피드백해 주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예상가능한 장면이었다. 아이의 발표 차례가 되었을 때도 아이는 떨려하기는 했지만(엄마 눈에만 보이는 정도) 자기 몫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도 아이는 내게 와서 안겼다. 그러고는 엄마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너무 감동이고 고마운데 아이가 갑자기 그러니 마음이 덜컥했다. 심지어 아이가 조금 울컥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혹시 우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했다. 뭐가 힘든 건 아닌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힘든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의 학교에서 나와 걸으면서 나는 연어처럼 회귀를 생각했다. 원래 살던 곳으로 가야 할까. 아이가 정말 힘들다고 하면 정말 원한다고 하면 그냥 마음 편하게 지내라고 돌아가야 할까. 그런데 돌아가면 아이는 정말 편할까? 아니, 아이는 지금 여기서 정말 힘들까?



엄마는 너의 세상이 궁금해.


혹시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너무 힘들다면 친구들이 너의 세계를 잘 이해해 주지 않아서 불편하다면 너가 더 편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도 돼.


어쩌면 친화력 높은 아이는 엄마의 바람일지도 몰라. 아니, 엄마의 바람이야. 누구와도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건넬 수 있는 친화력은 그저 엄마의 높은 바람일 뿐이니까 속상해하지 않아야 하는데 엄마 기분이 왜 이럴까. 혼자 책을 보고 싶은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보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것보다 혼자 책을 보고 있는 게 훨씬 더 나아. 다만 같이 놀고 싶은데 같이 어울리지 못해서 책을 보는 걸까 봐 엄마는 걱정이 되나 봐.


아들아,

너가 좋으면 좋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조금만 설명해 준다면 엄마는 덜 걱정스러울 텐데.


엄마는 오늘 내내 너를 생각했어. 어렵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엄마의 마음은 짠하기만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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