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없지만 멘털을 지키는 법은 있지
아이는 엄마의 학교 이야기를 좋아한다. 형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자기 이야기를 한다. 평소라면 듣지 못할 이야기도 간혹 잠자리에 누워서 엄마 하나, 아이 하나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날도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 평범한 날이었는데 아이가 꺼낸 말은 평범하진 않았다.
"오늘 친구들이랑 얼음땡을 했거든. 그런데 그런 걸 하면 꼭 싸우게 되어 있어. 그러면 나는 조금 보다가 그냥 자리를 피해. 그런데 오늘은 처음부터 싸움이 너무 격렬한 거야. 그래서 그냥 자리를 피해서 들어와서 책을 봤어."
"왜? 왜 자리를 피해?"
"왜냐하면 싸우다가 보면 꼭 같이 놀던 애들한테까지 뭐라고 하거든."
"아, 그러면 너는 그게 싫어서 그냥 피하는 거야? 근데 오늘은 엄청 심하게 싸웠어?"
"어 그렇지, 근데 오늘은 처음부터 소리를 막 지르면서 싸웠어."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이게 보편적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물론 어른의 시각으로 보기에 굳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태도는 너무 현명하게도 보이지만 한편으로 아이는 극도로 갈등 상황을 꺼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 상황을 만들지 않고 갈등이 생기면 자리를 피한다는 것이다. 이게 자칫 약한 아이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라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오늘 00이랑 00 놀이를 했거든. 근데 내가 좀비래 그래서 애들을 잡아야 하는데 내가 00 이를 먼저 잡았는데 00 이가 표창을 던져서 나를 먼저 맞혔다고 우기는 거야. 그래서 나도 우기고 싶었는데, 집에서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하는 것처럼 친구들한테는 안돼."
"그래? 그래서 화가 났구나.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우기고 화내는 것처럼 하면 되는데 안돼?"
"어, 친구들한테는 하기가 쉽지 않지."
"왜 그럴까?"
"몰라, 엄마. 말싸움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너도 말싸움해서 이기고 싶어?"
"어, 나도 말싸움해서 이기고 싶은데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도 안 듣고 막 우기니까 그냥 알겠다고 하고 자리에 앉아."
"그렇구나, 그럼 그냥 한 두 번만 더 말해봐. 그래도 우기면 그냥 마는 거지 뭐. 앞으로는 한두 번만 더 말해보자."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순간적으로 고민하다가 그냥 두 어번만 더 말해보라고 권하고 말았다. 아이가 단순히 갈등을 싫어하고 불편해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이기고 싶은데 안되니까 그냥 갈등을 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
이런 것도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기질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는 갈등 상황이 싫다. 아이들이 우기는 것에 화가 나고 속이 상하다. 그런데 말로 안된다. 그래서 피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부분을 수정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싸움을 잘하는 방법이 애초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초등학교 2학년 또래의 아이들의 말싸움에 논리 정연한 말솜씨가 있을 리 없고 대부분 목소리가 크고, 끝까지 우기고 보는 놈이 이기는 싸움일 텐데 그저 아이가 여기에 패배감을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패배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싸움을 피하는 길이 진정한 승리 자신의 멘털을 지키는 것이라는 의미를 알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