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카테고리

유치원 졸업식에서 생각나무상을 받았다.

by 어떤사람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이었다. 아이의 졸업식을 엄청 기대하거나 아주 특별한 이벤트로 여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지나가는 중요한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졸업식이 있기 몇 주 전 일기를 쓰다가 아이는 졸업식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면서 한 번 들려주기도 했다. 그래서 유치원에서도 나름 졸업식을 위해서 준비하는 중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졸업식이 있기 며칠 전 문득 아이에게 졸업식에 졸업사 같은 것도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그건 누가 하냐고 했더니 그런 것을 묻느냐는 듯이 반의 친구 이름 두 명을 말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우리 아들이 아니라는 것에 기분이 상했는데 아이는 그거 안 하는 게 좋은 거야, 뭐를 엄청 많이 읽어야 해라며 뿌듯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다.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들아, 엄마는 무려 6살에 원래 준비를 하고 있던 친구가 끝까지 한글을 잘 못 읽어서 졸업식 당일에 선생님이 엄마에게 읽어보게 하고는 그날 바로 졸업식에서 축사를 줄줄 읽었었더랬단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금도 자랑삼아하는 말은 사실이란다.


내가 그랬다고 아들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글을 못 읽는 것도 아니고 아니 왜! 했다가, 선생님도 아이의 불안과 긴장을 너무 잘 알고 계시는데 안 시키는 게 당연한 일이다 했다가, 졸업사 그게 뭐 별 거라고 했다가, 아니 아들 너는 왜 그런 거에 욕심이 없냐고 했다가,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못내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달래지지는 않았다. 졸업식 전날에도 혼자 두고두고 마음을 쓰고 있었다.


졸업식 날, 아이는 아침부터 긴장을 했는지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렸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아버님과 신랑과 둘째와 졸업식장에 들어가니 아이의 졸업이 실감이 났다. 뒤에서 졸업생들이 입장하는데 우리 아들은 분명 엄마와 동생을 봤는데 입은 비죽 웃으면서도 우리를 향해 눈길을 주거나 손을 흔들어 주지 않고 지나갔다. 앞을 보고 앉아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짠해왔다. 너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유치원을 다니는 내내 한 번씩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버둥거릴 때 그게 너 나름대로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텐데 엄마는 그런 너를 유치원에 몰아넣기 바빴구나. 자기가 힘든 일이 무엇인지 엄마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너는 너대로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졸업장을 받고 상장 수여식이 이어졌다. 아이가 받은 상은 '생각나무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함께 상을 받는 그룹군이었다. 함께 받은 아이 중 한 명은 누구라도 ADHD라고 의심을 할만한 아이였다. 내가 아이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교사가 보기에 아이가 묶인 카테고리는 그랬다. 창의력이 있어 다른 아이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나 생각하지 못하는 면을 발견하는 면이 우수한데 그에 비해서 이거다 싶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아이들. 교직에 있다 보면 그런 학생들을 만난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가능성이 매우 우수하고 머리가 참 좋은 아이인 것 같은데 평가를 하거나 결과물을 봤을 때 가지고 있는 능력에 너무나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종종 만나왔다. 왜 그럴까 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중에 하나였는데 ADHD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나고 가지고 있는 능력이 출중한데 산만함으로 인해 집중하지 못해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아이도 그랬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보면서 아들아 너가 똥멍청이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수 감각이 있었고 지금 둘째와 비교했을 때 관심 영역에 대해서 습득이 빨랐다. 그저 비교 대상이 없어서 몰랐기에 우리 아들이 똥멍청이가 아니구나라고 표현했었던 것이다. 풀배터리 검사에서도 아이의 웩슬러 검사 결과는 평균 상을 상회하는 수준이었고 검사 시 아이의 불안과 긴장으로 인해서 제대로 발휘되지 않은 면을 감안했을 경우 아이는 잠재 지능은 125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지금은 가지고 있는 지능으로 산만함을 커버하고 있어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나이가 들 수록 표시가 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아이의 졸업식을 마치고 나는 아기가 묶인 카테고리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했다. 신랑은 그게 뭐라는 반응이었지만 교사의 표현과 교사의 언어가 있어 아이의 고등학교 행발의 내용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나로서도 도리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아이는 많은 능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산만함으로 인해 끝까지 완수하지 못해 결과물이 좋지 않다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정말 약 말고는 답이 없는 것일까? 요즘 정말 많이 하는 고민이기는 하다. 그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크게 칭찬해 주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그저 아이를 크게 축하해 주고 대견하다고 칭찬만 해도 좋을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에서도 여지없이 ADHD가 나를 복잡하게 했다. ADHD에 묶여 있는 것은 정말은 부모일 것이다. 아이가 졸업사를 읽는 대표가 되지 못한 것과 아이가 상을 함께 받은 아이들의 성향과 상의 내용이 아이가 지낸 유치원에서의 3년을 모두 의미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는 유치원을 다니는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한 것을 부모인 내가 알아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도 속상한 마음을 친정 엄마에게 풀어두고 친정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속상해했는데 그날 저녁 엄마가 전화가 와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네 아빠한테 말하니까 대번에 나라도 안 시킨다고 하드라. 목소리가 그렇게 작은데 졸업사 읽는 걸 어떻게 시키냐고. 아, 나는 한글을 읽을 수 있는 것만 생각하고 목소리 생각은 안 했구나. 아빠가 한 망에 정리해 버리셨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특성을 인정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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