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식
입학식을 앞두고 사나흘 전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학교 업무 때문의 스트레스인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부담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그렇게 입학식 전날에도 어떻게든 잘하겠지 했다가 저걸 어떻게 하나 했다가 마음이 통 잡히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아이의 ADHD에 대해서 혼란스럽다. 같은 일과를 하는데 어떤 날은 멀쩡하고 어떤 날은 확실히 ADHD 같기도 하다가 어떤 날은 좋아지는 것 같아 희망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내가 괜한 애를 잡나 싶기도 했다. ADHD가 보이는 양상이 너무나 다양한 만큼 어떻게 보면 모두가 ADHD의 모습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가 두 눈을 질끈 감기 시작했다.
아이의 진료를 결심할 때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아이의 습관이었다. 당시 아이는 손을 자꾸 입에 넣었다. 사실 그전에도 아이는 여러 습관을 보이기는 했지만 눈에 거슬릴 만큼은 아니거나 짧게 지나가는 편이었다면 손을 입게 넣는 행동은 눈에 거슬릴 만큼 심각했다. 아이를 타일러 보기도 하고 다그쳐 보기도 했지만 습관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틱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다른 습관 중 하나는 설명하기도 어려운데 얼핏 보기에 무언가 냄새를 맡는 듯한 행위? 또는 손으로 쓰다듬는 듯한 행위? 였다. 예를 들어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손으로 책의 테두리를 몇 번이나 훑었고, 코나 입을 책에 가져다 대는 듯한 행위를 반복했다. 이 행동은 단순히 손가락을 입에 넣는 행동보다도 거슬리는 행동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약간 이상해 보일 수 있는 행동이라서 너무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로 타일러도 되지 않았고 겁을 주거나 화를 내도 좋아지지 않아서 틱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검사를 받고 진단을 받으면서 여쭤보니 의사 선생님은 틱은 아닌 것 같다는 소견을 말씀하셨다. 아이가 긴장되는 마음을 푸는 방식인 것 같다고.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여쭈어보니 그냥 두라고 하셨다. 어차피 말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산만함과 아이의 불안으로 인해서 지금 엄마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냥 지켜보라고 말씀하셔서 그날부터 습관에 대한 잔소리를 거의 끊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습관의 강도가 정말 많이 감소했다. 물론 조금씩 남아있기는 했지만 거의 사라졌다고 할 정도로 어느 날 문득 아이는 이전에 보였던 행동들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너무 놀랍고 대견하고 감사했다. 생각해 보니 아이가 겪고 있던 불안이 거의 사라지고 아이가 걱정된다거나 불안하다는 말의 거의 하지 않던 시점과 일치했다.
그렇게 틱이 아닐까 마음 졸이던 습관이 끝이라고 생각할 무렵, 아이가 갑자기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턱관절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행동이 나타난 초반부터 주의를 주었으나 초등학교 입학이 가까워질수록 행동의 빈도도 점차 높아지고 강도도 세지는 양상이었다. 심지어 이 행동은 아이가 너무나 힘들어 보여서 볼 때마다 마음이 철렁했다. 이전에 보였던 행동들은 안 좋은 버릇이네, 보기 좋지 않네 정도라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이번 습관은 옆에서 보기에도 아이가 온몸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이 전달되어서 가슴이 저릿했다.
틱이 왔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틱이 오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강도가 약하게 지나가는 경우에 쉽게 지나가서 그렇지 그런 경우까지 포함하면 정말 많다고들 한다. 그만큼 아이들도 새로운 생활에 대해 두려움과 걱정이 큰 것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불안이 매우 높은 아이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정말로 아이가 습관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이의 마음이 평온하고 걱정이 없다는 반증이었나 보다.
그렇게 초등학교 입학식 당일.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보러 오신 친정 부모님도 단번에 아이의 습관을 알아차리고 설 때도 하지 않던 행동이 왜 그럴까 걱정하셨다. 혹시나 다른 친구들이 놀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마음 졸이며 아이의 입학식에 참여했다.
입학식에서도 아이는 여지없는 습관 종합 선물 세트였다. 줄을 서서 생전 처음 보는 앞 친구의 등짝에 얼굴을 대기도 하고 식이 진행되는 내내, 교실로 이동해 선생님의 설명을 들을 때도 아이는 순간순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마다 나는 누가 볼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아이가 안타까워 마음이 아팠다. 내가 대신 겪어줄 수 없는 일이기에 뒤에서 지켜보고 마음 졸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을 때, 너는 왜 그런 걸까. 엄마는 너가 너무 궁금한데 너도 네 마음을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걸 보면. 그저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어 말하는 너를 보면. 엄마가 널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불안하면 신체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건지 엄마는 잘 모르니까 그저 답답하고 걱정만 할 뿐이야.
그저, 이 시간이 무난하게 잘 넘어가기를. 이만큼이나 커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대견하고 장하면서도 짠하다. 초등학생이라고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메고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이 이렇게 마음 아픈 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