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또 한 번 목적성을 잃었다.
연말이 아닌데 지난 한 해를 돌아볼 거고 새해가 지나 4월이 된 지금 올해를 다짐하는 글을 적을 거니깐 이 글은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목적성을 잃었다
먼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기 위해 작년의 나는 어떻게 보냈더라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걸 느끼며 보냈을까 하고 기억을 되짚었더니 내가 했던 다짐이 떠올랐다.
나는 뭔가 새롭게 하기보다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하겠다 다짐했는데
그날의 다짐처럼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한 게 있을까?
있다면 꾸준히 한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내가 느낀 건 무엇일까?
없다면 꾸준히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어지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 중에서 제일 먼저 ‘작년의 나는 왜 꾸준히 뭔가를 하고 싶다 (또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 이유를 찾아 글로 남기고 싶었고
여기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 떠오르는 대로 마구 생각한 뒤 마구잡이 생각 중에 하나를 붙잡아 틈나는 대로 다시 생각했다
그렇게 붙잡은 하나는 최근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다는 거였고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기준부터 잡아야 했기에 다시 틈틈이 생각한 끝에 평소 하지 않았던 생각으로 인해 원래 하지 않던 행동을 시작한 때를 기준으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외모와 성격 내 주변의 사람들과 그 밖에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완벽하다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 충분하다 생각하며 내 삶에 만족했는데 '나는 정말 내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이대로 살면 괜찮을까?’ 하고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이대로 살면 안 될 것 같아 뭐라도 해보자 싶어 원래 하지 않았던 책 읽기와 일기를 썼다
일기 쓰기와 책 읽기를 처음 한 게 4년 전이니깐 2021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내 생각과 감정은 어떻게 변했을까 틈틈이 생각했고 그렇게 했던 생각을 이 글을 통해 천천히 꺼내 볼까 한다
2021년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이 들었을 때 외로움과 무료함 같은 불편한 감정을 느꼈지만 곧 사라질 감정이라 무시했다
그러다 다시 한번 '이대로 살면 괜찮을까?', '왜 이렇게 삶이 무료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 생각이 왜 드는지 궁금해서 잠시 생각했다
그랬더니 성취감을 느낀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뭐라도 해서 성취감을 느껴야겠다 싶어 책 읽기와 일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그만뒀다
그렇게 나의 2021년은 언제나처럼 가끔 오는 불편한 감정을 무시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냈다
2022년 불편함을 느끼는 빈도가 전에 비해 잦아졌지만 여전히 내 감정을 무시하며 지내던 중에 술을 마시고 상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즐거웠다
기분 좋게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
아무 일 없이 헤어졌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고 한번 가라앉은 기분은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는 걸까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았고 상대와 주고받은 말은 일상적인 대화였는데 왜 이럴까 도저히 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했고 어떻게 해야 이 기분을 떨쳐낼 수 있을지 생각나지 않아 괴로웠다
너무 답답하고 괴로워서 컴퓨터를 켜서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쏟아냈고 그제야 내 기분을 가라앉게 만든 진짜 원인과 마주쳤다
내 기분을 가라앉게 만든 진짜 원인은 이러다 말겠지 하며 사소하게 생각해 무시했던 감정이 쾌쾌하게 쌓였기 때문이었고 진짜 원인과 마주쳤더니 도저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걷히며 홀가분했다
이 홀가분함을 잊지 못해 가끔 글을 쓰면서 다시 책 읽기에 도전했는데 도저히 읽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책을 다 읽으며 성취감을 느꼈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느꼈던 홀가분함과 성취감을 잊을 수 없어 원래 하지 않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2022년을 보냈다
2023년 진득함이 없어 진작에 멈춰야 했을 책 읽기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며 지내던 중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상황에서 회사의 사정으로 그만둬야 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고
실업급여를 받으면 쉬엄쉬엄 일을 구하며 책을 더 많이 읽고 글도 더 많이 적어야지 생각했는데 일을 그만두는 순간 원래의 나로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은 더 빠르게 흘렀고 빠르게 흐르는 시간만큼 내 삶도 빠르게 망가지면서 감당하기 버겁다 느낄 만큼 온갖 감정이 찾아오더니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료함을 넘어 무기력해지고 괴로움을 넘어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을 때 '왜 사는 걸까' 하고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건 한순간 지나가고 반복되는 삶이 재미없거나 힘들거나 하는데 도대체 왜 사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사는 걸까로 시작한 생각은 끝없이 이어졌는데
이 생각을 왜 하는지 이 생각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떠오르는 대로 계속 생각했다
그랬더니 과거의 기억 속에 지금과 달리 잘 웃고, 잘 울고, 화도 내던 모습이 떠올랐고 그때 내 감정은 진심이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나는 지금 죽고 싶은 걸까 살고 싶은 걸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나는 지금 죽고 싶은 걸까 살고 싶은 걸까?'
죽고 싶지 않고 계속 이대로 무기력하게 살고 싶지 않았기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꾸역꾸역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멈췄던 책을 다시 읽고 밖으로 나가 걷거나 아주 가끔은 달리기를 하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더니 떠났던 감정이 돌아왔다
제일 먼저 돌아온 감정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슬프지 않았는데 눈물이 나왔고 한번 흐르는 눈물은 멈춰지지 않아서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마음 놓고 울었다
지나가는 길과 버스 안에서 주변에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울었고 그렇게 울고 나면 '느닷없이 눈물이 왜 났을까' 생각했다
이 생각을 통해 그토록 외면하고 싶은 사실과 직면했을 때
내 주변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외로웠고
정말 하고 싶고 좋아서 했던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슬펐으며
기쁨, 즐거움, 행복함 같은 감정은 오래 전의 까마득한 기억만 떠올라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그리웠다
막,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살지 않았는데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울고 또 울면서 멈추지 않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랬더니
날 알아주는 단 한 사람
정말 하고 싶고 좋았던 단 한 가지
최근의 즐거운 기억 단 하나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만약 단 한 사람, 단 한 가지, 단 하나라도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뭘 해야 할까 생각했더니 사람과의 관계나 직장 그 밖에 뭘 하든 진득하게 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하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했던 다짐을 잘 지켰을까?
작년 한 해를 돌아봤더니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구한 뒤로 띄엄띄엄하다 멈추긴 했지만 가끔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고 가끔 책도 읽고 거의 매일 일기를 적었는데
왜 애매할까
다시 생각했더니 꾸준함의 기준을 정하지 않았고 꾸준히 해서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정하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꾸준함의 기준과 함께 꾸준히 해서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끄적이며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고 똑바로 걸어가는 것
만약 방향을 잃고 길을 헤맨다면 제자리에 멈춰 주위를 살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
이것이 내가 얻고 싶은 것이며 꾸준히 하고 싶은 한 가지는 글쓰기로 정했는데
나는 멈추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
정말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거 단 한 가지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때 유일하게 떠올랐던 글쓰기를 멈추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남은 한 해 동안 매월 하나의 글을 적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는 애매함 없이 잘 지켜져서
2025년 연말에는 드디어 목적성을 찾은 글이 되어 있기를 바라며 오랜만의 끄적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