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48번의 일요일
2024.03.31.
열두 번째 근무
예약 서가에서 자주 보게 되는 소설 <파과>, 그리고 구병모 작가님.
책 읽는 속도가 느리고, 워낙 꼼꼼히 읽는 편이라
항상 '꼭 읽어야 할 책'을 고르거나, 우연히 손에 든 책을 읽곤 했다.
그래서 소설을 마음 편히 즐기거나, 단순히 재미로 책을 읽는 여유를 부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도서관에서의 하루는 보너스 같은 시간이니까,
이곳에서 알게 된 것은 충분히 즐기자는 마음으로 책을 꺼냈다.
예약 서가에서 눈에 들어온 <파쇄>.
아주 얇았고 표지에 적힌 부제,
"일단 마음먹고 칼을 집었으면, 뜸 들이지 마."는
굼뜬 내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듯 매력적인 문구였다.
게다가 저자는 <파과>, <위저드 베이커리>로 유명한 구병모 작가님.
구병모 작가님의 책도 궁금하고,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도 궁금해서,
얇은 두께가 주는 부담 없는 진입장벽(금방 다 읽을 것 같은 자신감)에 냅다 책을 펼쳤다.
이 책은 <파과>의 외전으로, 주인공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어린 시절을 다룬 내용이었다.
<파과>를 먼저 읽어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책은 흥미로웠고, 왜 많은 사랑을 받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책의 묘미는 훈련 과정에서 서로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
사제 간에 싹트는 묘한 감정을 그려낸 데 있었다.
그 감정이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쩐지 나 역시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는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상대가 채워 주기에, 상대가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의지하며 급격히 가까워질 수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는 만큼 품어주고 리드할 수 있으니
묘한 감정이 싹트기 쉬운 그 관계를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ㅎㅎ
아하..
세상에 우연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