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2. 스물두째 일요일, 맑음

24년 48번의 일요일

by 보라

2024.06.16.

스물두 번째 근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아름다웠다.

글이 아름다웠고, 글을 쓴 작가 마음이 그러했고,

그런 마음을 가진 작가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읽는 내내 마음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것 같아

'고귀하고 성스럽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싶었다.


읽으며 자주 마음이 찡했다.




매주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접하다 보니

올해는 서점에서 책을 사는 일이 거의 없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슬쩍 펼쳐 본 한두 문장에 바로 눈시울이 붉어져

(지금 생각하면 작가의 깨끗하고 맑은 정신에 내가 잠시 정화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책이라면 사야지... 해서 구매하고

내내 불편하게 들고 다닌 책이 바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아트북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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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조금씩 읽었더니

책 읽는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고,

수행자라도 사람 사는 것,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에 뭔가 편안해진 것도 같다.


외국인 스님.

좋은 학교 출신에 사회생활 잘하다가

한 순간 불교에 귀의해 얻은 깨달음을 나누는 책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루게릭 병을 앓게 된 것,

세속의 삶으로 돌아와 또 다른 삶이 펼쳐진 것,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일은 상상도 못한 전개였다.


DALL·E 2024-12-05 19.52.49 - A tranquil and serene landscape capturing the peaceful essence of mindfulness and reflection. The scene features a calm, misty meadow at sunrise, with.jpeg


책의 많은 부분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여러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바라볼 수 있는지를 말해준 것 같다.


공동체 속에서 사는 우리는

나와 맞지 않는 듯한 사람을 꼭 만나게 된다.

타인에게 민감한 사람이라면

그 관계로 인해 큰 괴로움을 겪기도 하는데,


그럴 때, 괴로움의 원인은

내가 사람이나 상황을 내 뜻대로 하려 했기 때문임을 알게 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기대'를 가졌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판단한 결과로 내가 나 자신을 가장 괴롭히고 있었음깨달으면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숲 속 사원의 전통적인 문화는 합의를 기반으로 합니다. 함께 지내는 승려들은 서로 상대에게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합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적으로 뛰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설사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과 함께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중요한 많은 것이 있지만

이런 책을 접하고,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긴 인생을 잘 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불편한 사람을 만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고 위안을 받으면 좋겠다.




저자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면서

내 주장 없이 흐름에 맡겨 살아가고자 했다.

질병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어려운 순간을 만나면서도

그의 오랜 수행과 삶의 내공은

큰 흔들림 없이, 큰 괴로움 없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그의 정신을 지켜주었다.


내공, 내면의 힘은 그런 것인가 보다.

무엇이 주어지든 크게 영향받지 않고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힘.

외부의 작은 자극으로는 결코 흔들 수 없는 단단함.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산이라면 아무 조건 없이 좋아했습니다. 산에 있을 때면 제가 있어야 할 곳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웠거든요. 여전히 높은 봉우리에 오르면 마냥 행복합니다. 그러니 웅장한 히말라야산맥의 산괴를 날마다 걷고 또 걸으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해했을지 상상할 수 있겠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온갖 생각을 아무 의심 없이 믿지는 않게 되었지요. ...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힘든 시절조차 영원히 지속되진 않지요. ... 여기저기 흩뿌려진 관심을 거둬들이고 선택한 곳으로 주의를 쏠리게 하는 것. 진정한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뿐입니다.


내면의 직관에 의지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 결정만이 주는 고요하고 단단한 확신이 느껴졌습니다.


부처님은 마음을 깨끗이 유지하는 방식이 두 가지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죄를 짓지 않거나 지은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괴짜들의 공동체]

제 자신이 주말도 없이 24시간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공동체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는 데는 몇 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중엔 살면서 만나볼 그 누구보다 별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방을 같이 쓸 사람을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었지요.

그나마 한 달에 한 번씩은 방이나 오두막을 바꿔 사용했습니다. '소유물'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도 있었지만, 오가는 사람이 많았던 탓도 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사원을 훌쩍 떠나는데, 별로 달갑지 않은 사람은 절대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보아 하니 이런 사회성 훈련은 수행의 작은 부분이 아니라 그 핵심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것만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지요.

이렇게 많은 낯선 사람들과 종일 생활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큰 괴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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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고, 그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게 행동했으면 한다면 기실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지요.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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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속에서 살다 보면 이처럼 서로 상대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가 되기 마련입니다. 마음을 수련하고 영적으로 성장하고자 전념하는 공동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지요. 처음엔 무척 불쾌했던 사람이라도, 꺼림칙하게 여기는 제 마음을 해결하고 나면 오히려 깊은 애정으로 바라보게 되곤 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해질 방법은 흔치 않습니다.


"나티코, 이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네. 이 일을 끝내고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 그 점이 중요하다네."


욕설은 저를 뚫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별일 아니야'


나에게 가장 편하고 쉬운 행동의 범주에서 벗어나 조금 더 인내하고 용서하고 관대하고 정직하며 도움을 베풀 때, 그 작은 순간들의 선택들이 모여 인생이 되고 세상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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