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9. 스물아홉째 일요일, 지향

24년 48번의 일요일

by 보라

2024.08.11.

스물아홉 번째 일요일, 지향

"그래서 너는 네 가치를 어디에 두었는데?"



8시 51분.

개관 전 몇 분은 정말 소중하다.

2~3분이면 끝낼 일도 여유롭게 둘러보며 준비할 수 있어,

마음도 차분해진다.


모든 과정이 마치 수행의 단계처럼 느껴졌고

고요한 기분으로 시작하는 게 좋았다.




아침 기온이 다른 날보다 조금 낮아져서였을까,

오전에 이용자가 거의 없어 오랜만에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손웅정 작가의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를 완독 했는데,

이 책은 "버린다"에 끌려 읽기 시작했다.


벼리다: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
버리다: 다시 쓰거나 찾지 않을 생각으로 내놓거나 내던지거나 하다.


완독만큼 큰 선물이 있을까?

늘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고, 기분을 좋아지게 하며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새로운 책을 읽었다는 점에서 정복욕도 채워주지 않을까.

나에게 이런 선물을 줄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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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기록한 부분들은 모두

작가의 말과 태도, 습관, 정서가 잘 드러난 내용들이었다.


철저히 자신을 단련하고, 다짐을 지키면서도

유머와 포용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관대함이 좋았다.

강하게 보였던 이미지와 성격도 어느 순간 이해되기 시작했다.


책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지혜를 얻으며, 책을 벗 삼아 살다 보면

저렇게 건강한 정신과 육체로 나이 들어가게 되는 건가 싶어 더욱 따르고 싶기도 했다.

많은 부분이 내가 지향하고 또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작가님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왔듯,

나도 내 인생을 충실히, 재밌게 즐기면서 살자.

모두의 인생은 각자의 모습 그대로 완전하니까,

당신도 좋지만 나도 좋다. ^----------^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같이 아이를 봐야 하는 사람이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같이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같이 책을 안 읽으면 안 되는 사람이잖아요. ... 전 매일같이 혼자여도 늘 시간이 모자랐거든요. 산책도 해야 하고, 사색도 해야 하고, 음악도 들어야 하고. 내가 지금 사색해, 그러면 사람들은 제가 외롭고 고독해서 쓸쓸함에 빠져 있는 줄 알아요. 아니거든요. 사람이 외롭고 고독해서 사색하는 거 아니잖아요.
깊이 생각하면서 이치를 따지려고만 해도 얼마나 바쁜데요. 시간을 얼마나 잡아먹는데요.

저도 그래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엄청 예민해야 한다. 한시도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저 사람과의 경계선을 절대 타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사람의 성향을 발 빠르게 읽어내야 한다, 늘 그래왔지요. 전혀 모를 정도로 빨리 간파를 하고, 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까지만 접근을 하는 거. 어떻게 보면 그건 다른 이름의 영리함이죠.

정말 필요한 능력이다..


일상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고 하셨잖아요. 짐작했던 문제도 있는 반면에, 전혀 예측할 수 없던 문제도 속출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잖아요.

그 순간 나는 내 가치를 어디에 뒀지? 하고 묻는 거예요. 내가 지금 돈을 잃게 생겼어. 그런데 나는 내 가치를 건강에 뒀어. 그러면 그 순간 뭔가 좀 심플해지지 않나요? 내가 지금 친구를 잃게 생겼어. 그런데 나는 내 가치를 축구에 뒀어. 그 순간 뭔가 아주 선명해진다니까요.
“그래서 너는 네 가치를 어디에 두었는데?”

내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아직 명쾌하게 정리된 것 같지 않다.

비우고 줄여야 한다.




7월은 이리저리 휩쓸린 혼돈의 시간이었는데, 8월의 초반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어쩌면 끝을 보려고 이 상태의 정점을 찍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도서관에서 다시금 예전의 감사와 행복, 충만함을 느꼈다.

사람들과 애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마음도 나눈 기분이다.


이렇게 또 내게 최상의 것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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