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48번의 일요일
2024.10.06.
서른여섯 번째 일요일,
거절 연습
“예약하신 도서가 도착하였습니다.
~~
- 대출 가능일 : 10/5까지”
예약 도서가 반납되면, 다음 예약자에게 문자가 발송된다.
문자를 받은 예약자는 대출 가능일까지 책을 빌릴 수 있지만,
도서관이 생활반경 안에 있지 않다면 주어진 3일은 예상보다 짧을 수 있다.
근무 초반, 하루 지나서 방문한 예약자가 아쉬운 표정으로 부탁을 하면,
“원래는 안 되는 건데, 전산에서 읽혔기도 하고.. 대출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 당시엔 내가 착하고 융통성 있게 일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타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 이용자를 만나지 못하고 다시 돌려보내지는 것도 우리의 일이고,
책을 읽는다는 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까 조금 늦어도 괜찮지 않겠냐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대출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예약 도서는 어제까지 대출 가능했고, 더 이상 시스템에서 조회되지 않아 대출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아침 일찍 찾아온 이용자가
‘주말인데’, ‘저번엔 가능했는데’라는 말을 했지만,
시스템에 바로 반영되어 있으니 거절을 말하는 나도 편안했다.
'에이, 그냥 해주자' 싶었던 마음은 이제 사라졌다.
그리고 덕분에,
규칙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게 잘하는 일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동네 도서관이니까', '좋은 일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내렸던 판단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누군가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안돼"라는 말은 참 하기 어렵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 때문에도 그렇고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욱 어렵다.
하지만 거절을 제대로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삶의 태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일이라 해도, 그런 일들이 쌓여 우리의 삶을 이루기에,
단순한 삶을 원한다면 이런 정리도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거절도 경험이자 내공이 필요한 일인데
도서관 덕분에 이 배움을 얻는다.
#아니오의_용기 #거절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