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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정보들이 차고 넘치는 시대, 혼란 속에 사는 우리들

혼란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

by ㅇㅈㅇ

오늘 다시 한 번 스스로 다짐한다. 최선을 다하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자.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로지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누구도 맹목적으로 믿지 말고, 내가 보고 느끼고 확인한 것만을 신뢰하자. 이 혼란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미국의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의 경험과 그에 대한 성찰이다."


부동산에 다녀오는 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사할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를 뒤지며 다양한 정보를 확인한다. 최근 뉴스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을 접하니 불안감이 더욱 커진다. 철저한 준비만이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신중해진다.


집을 보러 가면 체크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 주변 환경, 내부 상태, 대중교통 접근성, 주변 편의시설 등을 꼼꼼히 따져본다. 도로 소음은 어떤지, 물은 잘 나오는지, 에어컨과 가전제품은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체크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세부 사항을 놓칠 때가 많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확인을 요청하면 ‘굳이 지금 그런 걸 물어보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계약 당일이나 직전에 다시 방문해 최종 확인을 하기로 결정한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직접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중개인이 등기부등본을 보내왔지만, 믿지 못한다. 내가 직접 인터넷등기소에서 서류를 열람하고 700원을 결제해 대조한다. 인터넷에서 계약 시 유의해야 할 점들을 찾아보고 비교한다. 중개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한 후에야 안심이 된다.


내가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조차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과정은 더욱 지치게 한다. 이처럼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부동산 문제만 해도 벅찬데, 병원에서는 보험 처리용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서류를 빠짐없이 챙기는 것도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차라도 고장 나면 보험 접수부터 수리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이 한가득이다. 정비소에 맡긴 차량의 수리 과정을 확인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일도 바쁜데 이런 자잘한 일들까지 챙기려니 숨이 막힌다. 만약 내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하루하루가 전쟁일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간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정보화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필터링하여 최종 확인하기까지 이토록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색하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피곤하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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