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일자리 알아보기

지난 8월 초, 오랜 고민 끝에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퇴사를 통보하는 순간, 시원섭섭한 감정이 교차했지만,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는 데는 불과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면서 그 현실이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하게 되었다.

내 평생 구직자가 '갑'이 되는 날이 올까? 우리는 언제쯤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을까? 문득 비현실적인 생각에 빠진다.

처음에는 대기업 경력직 채용 공고를 주시했지만, 점차 눈높이를 낮추게 되었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그리고 외국계 기업까지 범위를 넓혔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이미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있었다.

나는 대기업, 중견기업과는 인연이 없나 보다. 그곳의 인재상과 맞지 않는 걸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 그곳에 가는 걸까? 남은 선택지는 외국계 기업과 중소기업뿐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외국계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업계 경력자를 주로 찾는 외국계 기업에서, 내 경력이 눈길을 끌 이유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최종 목표는 여전히 외국계 기업이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다. "제발 한 번만..." 하지만 진입장벽은 예상보다 높다.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을 거쳐 가야 한다. 매일처럼 Indeed.com을 들여다보며 채용 공고를 찾아보지만, 여전히 뚜렷한 답은 없다. 오늘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큰일이다..." 당장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하다.

"다시 할 수 있을까?" 이번 결심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머물던 곳은 안정적인 직장이고, 꽤 괜찮은 수입을 가져다준다. 그럼에도 나는 미래가 불안하고, 오늘에 만족할 수 없었기에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휴..." 곧 30대 후반에 접어든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이유다. 한두 살만 더 지나면 나중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Timing is now!" 더 늦기 전에 모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끝없이 나 스스로를 의심한다. 과연 이 결정이 옳은 걸까? 불확실한 미래는 두렵기만 하다. 더군다나 나를 지켜보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부모님의 시간도 나와 함께 흐르고 있기에,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게다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지금, 안정적인 직장이 없다는 사실이 또 다른 고민거리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도 좋은 인연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나, 괜찮을까?"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에서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속에서 나는 그저 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