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수술

엄마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

엄마를 향한 깊은 사랑과 감사

어쩌면 나는 평생 엄마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위해 해주신 그 모든 희생과 사랑을 생각하면, 나의 작은 위로와 곁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엄마의 곁을 지킬 것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드리며, 다시 웃으실 그날까지 함께할 것이다. 그동안 엄마가 내게 주셨던 사랑을 이제는 내가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고 싶다.

초음파 검사 대기실에서

엄마가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검사받으러 오는 길에 무릎 수술을 받고 나온 환자가 고통에 찬 목소리로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신 모양이다. 남일 같지 않으셨겠지. 갑작스러운 두려움에 눈물을 훔치시는 엄마를 보니 나도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간신히 참으며, 묵묵히 엄마 곁에 서 있었다.

엄마는 젊은 시절 몸 쓰는 일을 많이 하신 탓에 무릎 연골이 닳고 닳으셨다. 이제는 무릎 연골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뼈끼리 부딪히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셨다.

말기 퇴행성 관절염. 젊은 시절 임신과 유산 등으로 전신마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으셨던 엄마는 끝까지 수술을 피하고자 버티셨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결정하셨다.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 매일같이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살아오신 엄마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내가 있어야 할 곳에 함께 있어주는 것.

애써 엄마를 위로해 봤지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 듯했다. 나의 목소리가 한쪽 귀에서 다른 한쪽 귀로 흘러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굴은 상기된 채 무릎을 만지작거리며 동공은 갈피를 잃은 모습이었다.

수술을 앞둔 엄마의 모습은 한없이 나약한 인간 그 자체였다.

엄마와 나의 기억

어릴 적 엄마가 내 손을 잡고 기차에 오르던 순간이 떠올랐다. 엄마는 나를 자리에 앉히고 가방에서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를 꺼내 주셨다. 그 길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우리는 지방에 살았다. 천식을 앓던 나를 서울 병원까지 데려가기 위해 엄마는 수많은 고생을 하셨다. 엄마와 나의 모습은 희미하게 남아 있지만, 그 기억만큼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다. 엄마가 나를 위해 희생했던 시간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내 건강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셨던 엄마, 나에게 걱정 어린 잔소리를 하며 밥을 차려 주시던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는 선물이었다.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 준 단 한 사람. 그 엄마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엄마의 사랑과 희생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로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가 엄마 곁을 지켜주고 있을까. 시간 참 빠르다. 그리고 무섭다.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엄마도 많이 늙으셨구나.

이제는 뱃살이 늘어난 엄마가 귀엽게 보이기까지 한다. 왜 갑자기 많은 기억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갈까. 왜 가슴 한편이 먹먹해질까. 엄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엄마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지만,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내일이면 수술인데 자기 몸 걱정하기도 바쁘실 텐데 반찬을 챙겨주시는 엄마. 수술 당일 면회가 안 되니 굳이 오지 말라는 말씀. 하지만 그 말 끝에 담긴 소리 없는 바람을 나는 알 수 있다. 당연히 가야지. 무슨 소리야.

눈앞에 다가온 지옥 같은 병원 생활. 다른 것 바라지 않는다. 하루빨리 엄마가 다시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건강하게 회복하셔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시는 것, 그것이 지금 내게 가장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