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단을 뿌리 뽑고 싶다

두 사원의 영혼이 죽다

by ㅇㅈㅇ

나지막한 박 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와 통화 중인 줄 알았지만, 재무팀 회의에 참여 중이었다.


“그래서, 김미영 씨가 볼 때는 이 숫자가 무슨 의미야?”

“....”


침묵이 흘렀다. 박 부장은 그 침묵조차 끊지 않고 기다린다.


“왜 말이 없어? 모르나?”

“....”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퍼졌다. 곧이어 주변 동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회사 재킷을 걸치며 굳은 표정으로 나가는 모습은 하나같이 닮아 있었다. 그 침묵이 익숙하다는 듯이.


“그럼 상민 씨가 말해볼래?”

“....”


싸늘한 공기가 가득했다. 그는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걸까? 자신을 몰아붙이는 박 부장? 아니면 동병상련의 미영 씨? 혹은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걸까.


“둘 다 말이 없어?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거야? 몰라서 그래? … 어찌 됐든 둘 다 문제야. 우리는 숫자를 다루는 사람들이야. 기계처럼 일하지 말자, 어?!”


잠시 침묵이 멈춘다.


“물론, 나도 그럴 때가 있지만 적어도 의미는 알고 있어.”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빠져나갈 구멍은 치사하게 만들어 둔다.


사무실은 다시 적막에 잠겼고, 나는 두 사원의 영혼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조금씩, 조용히….


복도 건너 재무이사의 방 문은 닫혀 있었다. 박 부장이 허둥지둥 답변하는 걸 보니, 그 회의에 다 함께 있었던 모양이다. 재무이사도 박 부장과 한패일까?


글로벌 회사에 이직한 지 1주일. 나는 믿기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저런 사람이 있다니. 정말 후환이 두렵지 않은 걸까? 수군거림이 안 들릴까?


아니면, 설마.... 재무이사의 화살을 피하려는 박 부장이 사전에 팀원들과 약속이라도 한 걸까? 하지만 자리를 뜬 동료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말했다. 이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고. 평소 박 부장의 까탈스러운 성격으로 보건대, 그가 팀원들을 위했을 리 없다.


나는 슬펐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이 더 아팠다.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다 큰 성인 남녀에게 저게 무슨 짓인가. 그래선 안 된다.


이건 분명 폐단이다.


내가 사장이 된다면, 제일 먼저 시행할 정책은 “No Asshole Policy”이다. 박 부장 같은 인물이 고개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 누구도 누군가의 권위 아래에서 위축되지 않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 그 속에서야말로 진짜 혁신이 자라난다.


그게 내가 꿈꾸는 기업문화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그렇게 만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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