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억지, 그 성공비결

허풍쟁이라서 할 수 있는 허풍

by Young

미국은 인구 3억이 채 되지 않는 나라이지만 군사력이나 경제력에서 견줄 나라가 없는 초강대국입니다. 중국이 바짝 쫓고, 러시아는 핵과 에너지 자원으로 위협하고, EU는 똘똘 뭉쳐서 견제하지만, 아직까지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하고 있죠. 그 증거가 트럼프의 상호관세입니다.

관세 이슈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미 '상호' 관세라는 말에 코웃음 치실 겁니다. 형평성에 근거한 관세 정책인 듯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 발생하는 무역적자를 관세로 매우겠다는 똥배짱이거든요.

쉽게 말하면, 미국은 한국에서 자동차를 1조 원어치 사 오는데 한국은 미국 자동차를 7,500억 원어치만 사가고 있으니, 자기들 수입액 1조 원에 25% 관세를 매겨서 나오는 관세 수입 2,500억 원으로 자기들도 1조 원을 채우겠다는 거예요. 억지지만 동맹이나 우호국으로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줄 수밖에 없죠. 뭐가 '상호' 인가요? 덕분에 미국에서는 이제 트럼프 관세라고 부르지만, 되려 한국 정부나 언론에서는 열심히 '상호' 관세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 참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상호관세의 역설

기본적으로 관세는 수입품의 가격을 올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결과적으로 더 비싼 국산품이나 관세 때문에 더욱더 비싸진 수입품을 구입해야 합니다. 당연히 정치적으로는 인기가 없겠죠? 이런 인기 없는 정책을 미국에서 쓰기 위해 트럼프가 억지를 쓰는 근거가 바로 무역 수지 적자예요. 우리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적자를 엄청 보고 있다 하면, 일단 손해 보고 있는 기분이죠? 따라서, 미국 사람들도 '그래, 우리가 여태껏 당하고 있었네'하고, 트럼프의 극단적인 관세정책을 수긍하고 넘어가는 거죠.

헌데 무역 수지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기본적으로 인적 자원 외에 천연자원이 별로 없는 나라죠. 따라서, 외국의 천연자원을 수입해 가공 후 완제품을 수출해서 수익을 거두는 게 나라 살림의 근간이에요. 따라서, 무역 수지는 꼭 흑자가 되어야 해요. 완제품을 팔아서 원재료 값만큼도 못 벌었다면 당연히 사업 접어야죠? 원재료를 100원 주고 사 왔다면, 완제품은 110원 받아야지 10원을 가지고 먹고살 수 있어요. 안타깝지만 한국은 무역 수지 적자가 되면 망하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인구에 비해 땅 덩어리가 매우 넓죠. 또 위도 상으로도 농사에 적합한 면적이 커요. 혹시 비료가 없어서 농사 못 짓는다는 소리 들어보셨어요? 못 들어 보셨을 겁니다. 농사에 가장 필요한 건 땅이고, 땅은 수입할 수도 없어요. 천연자원이라 할 수 있는 흙이 물과 햇빛을 만나 농민의 땀으로 빚어지는 게 농산품입니다. 이렇게 수입할 원재료가 없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밑천 없이 하는 장사입니다. 파는 만큼 남는다는 얘기죠.

깊이 들어가자면 미국 농업은 멕시코 등지의 해외 인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고, 농기구나 기계, 설비부터 앞에서 언급한 비료까지,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단계가 내수로 진행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100원을 수출하면 100원이 남지는 않겠죠. 하지만 한국의 수출경제와는 체질부터 다르다는 거죠.

무역수지의 맹점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10불 정도 든다고 합니다. 이걸 배럴 당 60불(2025년 3월 기준)에 수출할 수 있죠. 이에 반해 정유회사에서는 배럴 당 60불로 사다가 70불 정도 어치 석유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즉,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억 불어치 원유를 수입하고 70억 불어치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면, 무역수지로 따지면 한국은 10억 불 흑자 사우디아라비아는 10억 불 적자죠. 결과적으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10억 불을 현금으로 받게 돼요. 이 돈으로 먹고사는 거죠. 반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70억 불어치 현물(석유화학제품)을 받았고, 한국에 10억 불을 줬고, 원유 생산에 10억 불을 썼으니 50억 불 남는 장사예요.

물론 70억 불어치 현물을 정확히 70억 불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현물은 운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고, 유통과정에서 소실도 발생할 것이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죠. 하지만 이렇게 따지다 보면 끝이 없지만, 적어도 나라 살림의 경우 '남는 장사'라는 게 꼭 무역수지 흑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이해하셨을 거예요.

미국의 경우, 풍부한 광물자원뿐 아니라 비옥한 토양, 수산물, 산림자원까지 거의 모든 걸 갖춘 나랍니다. 한 대륙의 가장 살기 좋은 위도를 모조리 차지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죠. 게다가 이민자들이 많다 보니, 무역과 상관없는 돈의 흐름도 많아요. 이민자나 유학생들이 가지고 오는 돈이나 대가가 없는 해외송금 등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동반하지 않는 돈의 흐름은 무역수지에는 집계되지 않거든요.

모두가 행복한 거짓말 (미국 한정)

따라서 무역수지 때문에 미국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말은 옳지 않아요.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관세와 보호무역은 미국 경제를 축소시킬 거라고 예상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사람들은 트럼프에 열광해요. 중국이 기술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미국은 상대적으로 퇴보하는 느낌을 받거든요. 사실 육상경기에서 선두주자가 점점 더 속도를 내더라도, 2등이 점점 가까이 따라붙고 있다면 불안해지는 것은 달라지지 않잖아요?

미국 경제는 세계 1위이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등이 격차를 좁혀 오다 보니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런 불안감이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낳았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자유시장 경제를 주도해 경제적으로 엄청난 번영을 누렸습니다. 그렇게 많은 혜택을 본 경제 정책에서 잘못된 점을 찾으려니 거짓말을 보태게 되는 거죠.

앞에서 설명한 대로 상호관세라는 게 워낙 말이 안 되는 억지이기에, 미국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무시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특히 중국이 위협에 굴복하지 않자 트럼프가 25%에서 125%까지 수위를 올리면서 한편으로 발효일은 계속 늦추자, '트럼프는 그냥 허풍을 떨 뿐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다'는 타코 (TACO, Trump Always Chicken Out) 트렌드로 주식시장도 평화를 되찾았죠. 덕분에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동맹국이나 우호국만 죽어나며, 실제 이행이 가능한지 의문이 드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국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에 어쩌면 말 뿐인 승리를 안겨주기 시작했어요.

역설적으로 중국 견제라는 본래의 취지는 없어진 지 오래예요. 시작할 때는 대중국 무역제재로 시작했지만 슬쩍 방향을 틀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개선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다수의 나라와 더 나은 무역협정을 거두는 데 성공했죠.

어쨌든 세계경제의 질서를 미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인들에게는 위안과 안도를 주는 듯합니다. 한데 이 과정에서 잃은 동맹국, 우호국의 신뢰는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인 과학자 미국 공항에서 억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