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가꾸다

5평 원룸 셀프 인테리어 공간 꾸미기

by 빙수코치

#빙스레터

저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PT 회원님들께 받는 설문지가 있습니다. 그날 컨디션, 수업 강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 등 수업에 관한 내용이에요. 회원님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설문지를 작성해 주시는데, 마치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편지를 받는 듯 매번 따듯한 말씀을 남겨주시는 회원님 한 분이 계세요. 이 회원님도, 저도 책을 좋아해서 최근에는 서로 책을 빌려드리며 각자의 추천 책을 읽곤 합니다. 어쩜 제 취향을 저보다 이리도 잘 아시는지. 회원님께서는 신기할 정도로 제가 좋아할 만한 내용의 책을 빌려주시곤 합니다. 그러다 최근에 읽은 책이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최고요』 였습니다. 집 꾸미기,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저는 원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실 서울로 상경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인테리어를 배워보고 싶어서였답니다. (본업에 더 집중하다 보니 아직 시작도 못했지만요.) 하지만 정작 부푼 꿈과는 달리 현실은 정신없이 일하기 바빴지요. 하루 종일 일만 하다 보니, 집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던 저는 어느 순간부터 점점 집에 필요 없는 물건이 쌓여 가고, 청소와 정리는 후순위가 되어 가고, 결국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버렸어요. 특히 이전에 살던 원룸은 북향에 옆 건물과 바짝 붙어 있다 보니 햇빛도 들지 않아 집에 더더욱 애정이 가지 않았지요. 뭐랄까, 집에 있으면 마음이 불편했달까요. 집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집에 있으면 무기력하고 잠만 오더라고요.
그러다 청년 주택에 당첨되어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그곳은 볕도 잘 드는 남향에 신축 건물이었지요. 저는 다짐했습니다. ‘이번엔 꼭 집을 잘 꾸며봐야지.’ 하지만 저는 여전히 바빴고, 집에서까지 업무가 연장되는 것이 싫었던 저는 밖에서 일을 다 마무리하고 오느라 집에 늦게 들어가는 생활이 반복되었습니다. 집은 또 잠만 자는 공간이 되었죠. 알게 모르게 집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가던 중, 회원님께서 셀프 인테리어 책을 빌려주신 거예요. 귀신같이 어떻게 아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원님 덕분에 제 마음속에는 다시금 공간을 꾸미고 싶은 열망이 일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저는 초록초록한 산, 풀밭을 보러 이따금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나곤 하는데요. 매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자연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집을 초록초록한 자연처럼 꾸미기로 결심했어요. 책에서는 굳이 거하게 공사를 할 필요까지는 없고, 일단 작은 것부터 바꿔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테면, 침구류나 간단한 소품같이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들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씩 채워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사 오고 나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물건들을 치우고, 굿윌스토어에 기부하고, 안 쓰는 물품은 당근에 나눔하거나 저렴하게 판매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기 위해서요.

사진을 잘 찍는 친구에게 부탁해, 친구가 직접 찍은 푸르른 자연이 담긴 사진으로 커튼을 주문 제작했습니다. 커튼만 달아도 분위기가 달라지더군요. 침구는 차콜 색상에서 봄과 초여름의 은은한 느낌이 드는 듯한 세이지 그린 색상으로 교체했습니다. 침대 옆에는 멀바우 협탁과 이전부터 눈여겨본 귀여운 조명을 두었죠. 바닥엔 꽃이 가득한 보들보들한 촉감의 러그를 깔고 빈티지한 가죽 색상의 빈백 소파를 들였어요.
또, 식물을 키워 본 적도 없는 제가 놀랍게도 행잉식물까지 데려왔답니다. 최대한 꽃집 사장님께 키우기 쉬운 식물로 추천받아 데려온 아이인데, 축 늘어진 이파리 모양과 연두빛 색깔이 참 귀엽더라고요.
최근에 제가 몸이 많이 피곤했는지 한쪽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다래끼가 심하게 났어요. 그러면서 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고, 결국 집에 얼른 들어와야겠다는 결론을 내기에 이르렀죠. 그러려면 저를 얼른 집으로 가게 만들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어요. 동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평소에 집에 잘 없는 편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동물을 케어할 형편은 못 되어 결국 식물을 키워 보기로 한 거지요.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제가 머릿속에서 어떻게 집을 꾸며 볼까, 즐거이 상상하고 그걸 그대로 현실로 옮긴다는 게요.
여전히 정리하고 치워야 할 것들은 산더미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틈틈이 집을, 저만의 공간을 가꾸어 나가려 합니다. 온전한 저의 공간을 돌보는 것이 곧 저를 돌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공간을 가꾸는 일을 마음먹고 시작할 수 있게끔, 제 마음 속 불을 지펴주신 회원님께 감사드려요.

#빙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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