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기다리는 게 낫지

#빙스레터

by 빙수코치

일이 있어 잠시 청주에 내려왔다가 본가에 들렀다.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음 날 수업 때문에 아침 일찍 올라가야 해서 버스표를 알아보는데 웬걸, 서울행 버스가 오전 시간은 모두 매진이었다. 그나마 남은 건 오전 6시와 7시 15분. 10시 수업이라서 최소한 9시~9시 30분 안에는 도착을 해야 했기에 다행히(?) 얼마 안 남은 7시 15분 버스로 서둘러 예매했다. 버스가 거의 매진이라고 하니 엄마가 토요일 아침에 서울 가는 버스는 대부분 매진이라고 했다. 사실 청주에서 서울행 버스는 웬만하면 매진이 잘 안 됐는데. 자리도 널널하고, 추석 때조차도 당일에 예매해서 갈 수 있을 정도였으니. 이렇게 토요일 오전 시간은 미리 예매를 해야 함을 배운다.


다음은, 버스 예매는 성공했으니 몇 시에 일어날지다. 아침을 먹는다면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아침을 먹지 않는다면 더 늦게 일어나도 된다. 오랜만에 본가에 들렀으니 그래도 엄마 밥은 먹어야 도리(?)다. 엄마는 아침 먹을 거냐고, 몇 시에 일어날 거냐고 항상 물어본다. 그래야 당신이 내가 떠나기 전 아침을 준비할 시간을 계산할 수 있을 테니. 집에서 터미널까지는 차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다. "50분쯤 출발하면 되겠지?" 라는 내 물음에 엄마가 한 말. "그래도 가서 기다리는 게 낫지." "사람 일 어떻게 될 지 몰라. 더 일찍 나가서 차라리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엄마의 성향 덕분에 어느덧 나도 시간을 미리 계산하는 습관이 생겼다. 약속, 수업, 미팅 등 최소한 20~30분 전에는 미리 도착하게끔 출발한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지하철을 못 탄다거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웬만하면 약속 시간 안에 미리 도착한다. 가끔은 이게 강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이라 생각한다. 흘러간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시간의 가치는 매길 수 없다. 특히 그 시간이 ‘누군가의 시간’이라면 더욱이. 타인의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건, 내게 가장 미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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