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스레터
아마 나에게 PT를 받으시는 회원님들이라면 "하셔야죠~^^" 이후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닐까 싶다. 회원님들께 설문지를 처음 받기 시작한 날은 2021년 9월. 어느새 4년이 훌쩍 지났다. 지금까지 쌓인 설문지는 3,426개. 오늘, 이번 주, 다음 달이 되어도 앞으로 계속 쌓여갈 테다.
설문지는 절대 빼먹지 않는다. 단순히 PT 시간만이 아니라, 설문지 내용을 체크하고 다음 수업의 방향성을 짜는 것까지가 빙수코치 수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설문지에는 회원님의 운동 전·후 컨디션, 운동 전·후 통증 강도, 운동 강도, 이해가 안 됐던 부분, 아쉬웠던 점, 다음 수업의 방향성, 그리고 자유롭게 남기는 란이 있다.
설문지를 적어주시는 회원님들도 다양한 유형(?)이 계시다. 수업 끝나자마자 바로 칼같이 제출하시는 회원님, 항상 깜빡하시는 회원님, 체크만 간단하게 하시는 회원님, 매번 장문의 편지를 남겨주시는 회원님, 나를 데스노트에 적으시는 회원님... 등 모두 제각각이시다. 물론 늦든 빠르든, 내용을 적지 않든 적든 모두 상관없다. 모든 회원님의 피드백은 항상 감사하고, 소중하다. 회원님들께 더 좋은 수업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설문지를 받는 것이지, 모두가 장문으로 남겨주시지 않아도 된다. 부디 부담을 가지시 않으셨으면 한다. 그리고 설문지는 다음 수업 전까지만 작성해주시면 상관없다. (물론 수업 전까지 작성을 안 하시면 설문지 독촉 연락 폭탄을 받으실 수도 있다....)
4년 넘게 해오다 보니 귀찮은 일이라기보다는 어느새 루틴이 되어 익숙하다. 나에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건 그만두지 않는 것과 한결같음을 지키는 것이기에.
몸 좋은 트레이너도 많고, 나보다 똑똑하고 더 실력이 좋은 트레이너도 많지만, 그들보다 내가 자신 있는 건 꾸준함과 태도다.
회원님들의 설문지를 체크하다 보면, 은근히 기대되는 설문지가 몇 개 있다. 그 중,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 한결같은 시간에 수업을 받으시는 회원님이 계시다. 평소엔 말수가 크게 없으시지만 매번 엄청난 필력으로 설문지를 꽉꽉 채워 제출해주신다. 이분의 첫 설문지를 받았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마음에 남는다.
오늘의 빙스레터는 매번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설문지를 써주시는 회원님의 첫 번째 설문지로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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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왠지 코치님이라고 불러야 할것 같은데 저는 인생에 한번도 그렇게 불러본 사람이 없어서 왠지 PT를 받으러 가기 전부터 빙수 선생님, 하고 혼자 부르고 있었습니다 (괜찮을까요?) 안핏에 가기로 결정하고 조금의 서치를 했지만 무엇보다 오프라인 첫 인상은 기웃기웃 하다가 들어간 입구에서 엄청 큰 대용량 디퓨저를 발견한 것이라고 말씀드리면 좀 웃기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자신의 공간을 가꾸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늘 믿음이 가기 때문에 거기서 신발의 눈을 털면서 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들어간 공간 역시 그 손길의 느낌과 닮아있었어요. 물건이 있을곳을 많이 생각한 배치와 청결함, 도구 하나하나가 잘 정리되어 있음이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원래 PT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 긴 이야기... 본래 첫만남에는 털어놓지 않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몸을 테스트하고 (예상한 처참한 결과) 선뜻 50회를 끊은 것은 제가 여유로워서도 아니고 충동적인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한번도 제 몸이, 저의 지금 상태를 부정적으로 혹평하고 얼른 고쳐야하는 비정상으로 취급하시지 않아서입니다. 그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동시에 선생님이 힘찬 어조로 PT 시간에는 저를 구매하신 거예요, 라고 말씀하실때 이 해묵은, 20년이 넘은 몸과 저의 불협화음, 이 불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같이 풀어주세요, 해도 될지, 너무 무거운 문제를 같이 풀어달라고 찾아간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또 제가 앞으로 선생님에게 구할 도움, 선생님이 그동안 공부하시고 쌓아온 것들에 기댄다는 생각을 하니 PT 비용은 전혀 비싸지 않다고 느껴져요. 선생님은 잘 이끌어 주실테니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저의 몫인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