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스레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질풍노도시기의 청소년들이 으레 그렇듯, 그 시절의 나 역시 자아가 꽤 비대(?)했었다.
뒤늦게 선수를 하고 싶어 다시 시작한 태권도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한 번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했을 때, 나는 '당연히 되겠지'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린 마음이었고, 귀엽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물론 그 마음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며, 내가 그들에게 점수 한 점도 따내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고서야 와장창 깨지게 된다. 비로소 자기객관화가 되니, 그 뒤로는 주제파악이 빨라졌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운동했던 경험을 통해 나는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고, 우물 안 개구리가 바로 나였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됐다.
하지만 대학교에 올라가고, 또 한 번 자아가 부풀어졌다. 체대 특성상 당연히 운동을 한가닥 했던 이들만 모여 있음에도, 엘리트 출신들만이 정말 운동을 제대로 해 본 이들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참으로 치기 어린 판단이었지 싶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게 된 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면서부터였다. 여행을 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멋있는 어른들도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스무 살 초반의 대학생이었던 나는, 그때 일면식도 없는 분들께 밥을 얻어먹고 친절을 받았다. 그렇게 낯선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며 지낸 시간들은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는 나도, 모르는 이에게 내가 받았던 친절을 자연스럽게 돌려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지.
최근에는 안핏에서 한 번, 허준 PT에서 한 번, 이용교 대표님의 트렌드코리아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만나 뵌 분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계신 멋있는 대표님들이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자만하지 말 것, 그리고 본질을 잊지 말 것.
사업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특히 배울 점이 많고, 나보다 먼저 앞서서 걷고 있는 멋있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아, 역시 이 세상엔 정말 멋있는 사람이 많다."
나는 운동을 통해 사회성과 참을성을 길렀고, 여행을 통해 겸손을 배웠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교과서나 시험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소 경험하며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싫은 소리도 들어보고, 한계까지 노력도 해보고, 될 때까지 해보고, 도전하고, 실패도 하며 경험치를 쌓아 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먼저 길을 걸어본 멋있는 어른들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