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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Aug 02. 2021

출판사가 되었다.

셋이 모여 202! 9화

내가 전역을 하고 셋이서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을 때 가장 큰 프로젝트는 독립출판이었다.


독립출판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다. 일러스트북이나 만화 같은 경우에는 플랫폼에서 연재가 힘든 이야기를 가진 작품을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이나 욱작가, 썸머와 함께 해볼 수 있는 것에 다양성이 훨씬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내 글 같은 경우는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자신이 있는 글을 쓸 만한 실력이 없다고 느꼈다는 점도 있었다.


원래 전역을 하자마자 곧바로 출판사 등록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생각보다는 늦어졌다. 이놈의 게으름은 언제쯤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 등록을 할 때 출판사로 내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냥 무턱대고 세무서를 찾아갔다면 빈 손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이렇게 무지한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책이 있었다. 프랭크 작가님의 ‘독립출판 제작자를 위한 대형서점 유통 가이드’라는 책이었다.


처음 산 독립출판물이었다.


이 책은 처음 독립출판물을 사게 된 2019 서울 북 페스티벌에서 구매했다. 언젠가 우리의 책을 대형서점에도 유통하는 그런 출판사가 되고 싶었기에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얇고 작은 책 안에 너무나 유용한 정보가 담겨 있는 책이었다. (홍보 아니다.)


출판사로 사업자를 내기 위해서는 출판사로 신고를 해야 했다. 구청의 문화체육과라는 곳에 가면 해준다. 임대계약서, 등본과 같은 필요 서류를 제출하고 며칠 기다리면 구청에서 카톡으로 심사가 통과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온다. 문자를 받고 다시 찾아가면 신고 확인증과 함께 세금을 내라고 한다. 뭐 등록비 이런 명목이었는데 27000원이고 구청 세무과에서 납부했다.

이제 이 신고 확인증을 들고 세무서를 찾아 가 사업자등록을 하면 끝이다. 아, 사업자 등록증에는 영어나 숫자가 맨 앞으로 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사업자 등록증에는 ‘이공이 스튜디오(202 STUDIO)라고 써져 있다. 간편해 보이지만 역시 구청과 세무서를 가는 일은 너무 귀찮다. 특히나 내가 사는 지역의 구청은 코로나 때문에 주차장을 막아 놔서 주차를 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세무서의 주차장을 너무나 협소해서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다.


우리는 출판사가 되었다.


모든 일을 끝마치는데 1주일 정도가 걸렸다. 이때 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우리 명함도 만들었다. 명함을 쓸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전부터 만들고 싶었고, 간혹 필요한 경우가 있었기에 이참에 만들기로 했다.

각자 2종류의 명함을 만들었다. 일반 종이명함과 투명 명함.

종이명함은 일반 명함과 큰 차이가 없었고, 투명 명함은 나, 욱작가, 썸머의 명함을 겹치면 하나의 명함으로 보이는, 우리의 아이덴티티와 개성이 돋보일 수 있는 명함이었다. 굳이 명함을 두 개나 만들어야 하나 싶어 나는 하나만 만들자고 했었는데 욱작가와 썸머의 의견을 따랐다. 주변 반응을 보니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다.


종이명함과 투명 명함 두 종류를 만들었다.
투명 명함 세 개를 합치면 저렇게 하나의 명함이 된다.


출판사로 신고를 하고 사업자를 내는 것은 정말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일이지만 나에게는 꽤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우리의 꿈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그런 기분이랄까? 이제 우리는 정식으로 출판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종류의 책들로 구성된 출간 프로젝트 계획도 짜 놓았다. 이제 부지런히 움직여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면 된다.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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