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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ul 27. 2021

먼지와 깜지(욱작가.ver)

셋이 모여 202! 8화

고양이가 나에게 왔다.


그렇게 난 부모가 되었다.


이른 아침잠에서 깨우는 건  따사로운 햇살도 시끄러운 경적소리도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도 아닌 먼지의 흉부 압박이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고양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자다 깬 짜증 따위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정도의 귀여움이 매일같이 눈앞에 있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내 하루는 시작했다. 먼지와 깜지를 이부자리에서 치우고  하루 첫마디를 내뱉는다. 잘 잤어?라고.


눈을 뜨면 마주치는 모습은 이러하다.


난 내가 자기 자신을 아빠라고 부를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 두 아이들을 볼 때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아빠가 돼있었다.


'아빠가 밥 줄게 아빠가 치워줄게 아빠랑 놀자 아빠가 간식 줄까?'


먼지와 깜지가 날 아빠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날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하는 욕심에 난 늘 아빠라고 날 칭하고 있다.


이 녀석의 아빠가 되고 싶다.


처음 데려온 먼지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건강한 아이가 아니었다. 듬성듬성 빠진 털 때문에 피부가 보이며 붉게 달아올라있었고 매 끼니마다 약을 챙겨줘야 했으며 속이 좋지 않아 딱딱한 사료는 먹지도 못했다. 누군가의 이기심에 길가에 버려진 먼지는 차가운 길에 홀로 있었고. 지인에 의해 구해져 난 그 먼지를 책임지기 위해 데려왔다.


처음 책임져보는 또 하나의 생명이라 어눌했고 서툴렀고 힘들었지만 먼지는 보답이라도 하듯이 매일같이 호전되고 있었고  내 얼굴 옆에서 몸을 말고 같이 잠을 청하거나. 배 위에서 뛰어놀거나 하며 자신의 건강을 과시했다. 그렇게 먼지는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어른이 되어갔다.


훌륭하게 자란 먼지.


깜지는 코에 특이한 무늬가 있는 아이였다.  콧구멍이 커다래 보일 정도로 양 콧구멍에 무늬가 있다. 어려서 추남이 커서는 미남이라 하던가. 그런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지금의 깜지가 그렇다. 몸에 맞지 않는 크기에 커 보이던 콧 무늬는 마치 매력점처럼 매력을 과시했고 이 작디작던 아이는 지금은 누나인 먼지보다도 커지며 늘 활기차게 나를 부른다.


... 잘 컸으면 됐다.


먼지는 도도해졌고 깜지는 활발해졌다. 지금은 아침을 깨워주는 먼지도 놀자고 보채는 깜지도 예전 같지 않지만 늘 사랑스럽고 늘 생각나고 늘 귀여운 내 자식이라 생각한다.

 

난 그렇게 두 아이의 아빠라 생각하고 난 그렇게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힘들었을 먼지 깜지에게. 아빠가 있으니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커다오! 힘 다할 그때까지 아빠가 곁에 있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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