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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ul 19. 2021

먼지와깜지(썸머.ver)

셋이 모여 202! 7화

처음 시작은 그냥 고양이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고양이는 귀여웠으니까. 물론 생명을 책임지는 행동이 가벼워선 안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키우게 된다면  잘해줘야지 하는 한 번도 반려동물과 생활해보지 않은 미경험자의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생활을 하던 중 작년 2월이었다. 욱이의 지인에 의해 구조된 고양이가 있었는데 사람에게 옮기는 피부병이 있어 원룸에서 키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우리는 유기묘 분양 사이트를 보며 고양이 분양을 고민 중이었기에 그 고양이가 우리 집으로 오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름을 바꾸지 말아 달라는 그 지인의 부탁에 의해 '먼지'라는 이름의 생후 2개월 추청의 아기 고양이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귀여운 아기 먼지.
귀여웠던 먼지.


그 후 먼지는 잦은 잔병치레로 어릴 때 고생을 좀 했지만 지금은 나의 소중한 가족, 대공의 지배자, 202 스튜디오의 간식 포식자로써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먼지는 글을 쓰는 지금에도 한가하게 누워 나를 바라보고 있다.


먼지는 훌쩍 커버렸다.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인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양이들도 혼자 있으면 불안하고 심심해한다는 카더라와 다른 고양이를 욱이의 지인의 지인(?)이신 분이 분양을 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서이다.


그래서인지 고양이를 한 마리 더 들여오는 것에 대해 당연히 그래야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그 시기는 2020년 7월 고향 친구의 카톡으로 인해 그 생각에 불이 붙는다. 친구의 어머니가 갑자기 집에 아기 고양이들을 동네 할머니에게 분양받았고 그 고양이들 사진을 보내온 것이었다.


그곳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의 시골이었고 친구의 아버지는 동물을 집 안에선 절대 키우지 못하게 하시는 분이셨고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친구는 열악한 야외 환경에서 아기 고양이를 기르려고 하였다. 그 사실을 알고서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었고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데려가겠다고 얘기를 하게 되었다.


너무나 많이 아팠던 깜지.


그 후  고향 친구 집으로 달려가 처음 보게 된 깜지는 결막염 때문에 나오는 고름으로 인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조그만 아기 고양이였다. 겨우 집으로 데려왔지만 야외에서 형제들과 지내서 그랬는지 사람을 너무 경계했고 결막염이 옮을까 침대방에 격리된 깜지가 나에게 다가오는 데에는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먼지에 비하면 꽤 못생겼던 아기 깜지.


그 후 점점 친해지며 결막염이 차차 나아질 무렵 새벽 밤 깜지는 그날 먹었던 사료를 기생충과 함께 다 토해내고 말았다.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물만 겨우 먹는 깜지가 너무 안쓰러워 병원에서 진료를 해보니 그 작은 몸안에 기생충들이 자리 잡고 있었던 거였다.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깜지는 입원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상태는 호전되어 깜지는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그렇게 모든 게 해결된 줄 알았지만 정말 힘든 마지막 단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합사였다.




생각해보자 집에서 나 혼자 지내던 방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데려와 이제부터 같이 방을 쓸 테니까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상황을 말이다. 먼지는 유년기의 거의 모든 시절을 사람들과만 지냈기에 고양이들과의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동물병원에 가서도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동물들과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깜지가 처음 왔을 때, 깜지가 격리된 방 앞에서 방묘문을 마주하고 있을 때의 먼지는 정말 깜지가 싫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합사를 가볍게 생각했었고 언젠간 친해질 거란 생각이었지만 생명을 둘 책임지는 건 정말 먼지만 있을 때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정말 힘들고 힘들었던 과정 동안의 수많은 노력을 했고 깜지가 우리 집에 온 지 약 40일 후 정도가 되었을 때 반신반의한 상태로 깜지와 먼지를 같은 공간에 두었다. 평소 같았으면 먼지가 깜지를 엄청 공격적으로 대하며 싫어했을 텐데 이제는 서로 투닥투닥하다가 서로를 쫒고 서로 같이 달리기도 하고 있었다. 그건 분명한 놀이였고  그 이후부터 둘은 같이 지내게 되었다.


사이좋은 먼지와 깜지.


물론 지금도 깜지가 먼지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시비를 걸 때면 먼지가 귀찮아하며 싸울 때도 있지만, 서로 그루밍해주며 옆에 붙어 자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그 감동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깜지는 우리 식구가 되어 한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어리광 부리고 떼쓰는 202 스튜디오의 대표 애교쟁이가 되어 좀 전까지 작업하는 나에게 놀아달라 조르다가 지금은 모기를 잡더니 심심한지 자고 있다.


매일매일 함께하며 때로는 말썽도 부렸다가도 나에게 행복을 주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두 마리의 고양이들 그동안 많이 아프고 힘들었으니까 계속 건강하고 오래오래 곁에 있었으면 한다. 곧 깜지가 우리 집에 온 지 1년이 되는데 너무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다는 말로 이 글을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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