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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ul 09. 2021

먼지와깜지(오마발. ver)

셋이 모여 202! 6화

광주 본가에서는 내가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키웠다. 초등학생인가 중학생일 때부터 키웠던 것 같다. 오나비와 오똘비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 두 녀석은 여러 번 새끼를 낳기도 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나비와 똘비가 떠나고 시간이 지나 엄마가 새로운 고양이를 데려왔다.


먼저 데려온 하얗고 노란 고양이는 전에 키우던 첫째와 같은 이름이 되어 오나비2(부를 때는 숫자를 붙이지 않는다.)가 되었다. 그런데 이놈은 애교도 없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그러더니 돼냥이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엄마가 일을 나가시기 시작하면서 혼자 있을 나비를 위해 동생을 데려왔다. 못생겼지만 활발한 꼬맹이라는 고양이었다.


웅장한 오나비2.
오나비2는 웅장하시다.


나비와 꼬맹이 이 두 녀석은 엄마에게 특히나 특별한 존재들이다. 나는 대학 때문에 20살 때부터 집을 나와 있었고, 아빠는 회사에, 형과 동생도 회사다 학교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이가 드심에 따라 갱년기가 온 엄마는 이 시간을 오로지 혼자 보내야 했다. 이때 엄마의 곁을 지켜준 것이 바로 나비와 꼬맹이였다.

그래서인지 이놈들은 엄마만 좋아한다. 그나마 꼬맹이는 다른 가족들의 손도 타지만 오나비 이 녀석은 안아 주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만지는 것조차 할큄을 감안하고 만져야 할 정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엄마에게는 허락을 해준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털 날린다고 반기지 않던 아빠도 별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나비는 나를 싫어한다. 자주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엄마를 빼고는 다 싫어한다. 그래도 난 우리 싸가지없는 돼지 나비가 참 좋다. 그래서 고양이가 키우고 싶었다.


오나비 무서운 줄 모르던 꼬맹이의 꼬맹이 시절.
꼬맹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너무나 거대해졌다.


전에 쓴 글에도 나오듯이 우리는 가난했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울 형편이 아니었다. 고양이에 대한 갈증은 길고양이들과 가끔 본가에 내려가서 나비와 꼬맹이에게 풀었다.


내가 입대를 하고 난 후 욱작가는 고양이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지인이 임시보호 중인 먼지라는 이름을 가진 회색의 아기 고양이였다. 나도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먼지는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먼지를 주워 온 것인지 뭔지 이야기를 해줬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여튼 먼지는 아픈 고양이었다. 호흡기 쪽에 문제가 있었다는데 어디가 아팠는지 난 모른다. 그저 욱작가와 썸머가 보내주는 사진을 보며 얼른 휴가를 나가 먼지를 만나고 싶었다.

휴가를 나가 처음 만난 먼지는 작디작은 친구였다. 내가 게임을 하고 있으니 내 무릎 위로 조심히 올라왔다. 유튜브로만 보던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예전 나비와 똘비도, 지금 나비와 꼬맹이에게 받지 못했던 애교였다. 아, 역시 고양이는 사랑이었다.


처음 만난 먼지.
이렇게 내 팔을 베고 자던 시절도 있었다.


부대에 복귀 후 먼지앓이를 하며 다음 휴가를 기다리던 어느 날. 이번에는 썸머가 고양이를 데려온다고 했다. 고향 친구가 데리고 있던 새끼 고양이었는데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아픈 녀석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환경이 열악해서 보고만 있기 어렵다고 했다. 난 알았다고 했다.

깜지라는 이름의 새까만 녀석이 집에 왔다. 먼지가 처음 왔을 때만큼 작았다. 이놈도 아프다고 했다. 왜 데려오는 족족 아픈 녀석들만 골라 데려오는지 모르겠지만 깜지도 먼지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병원을 다녔다고 한다.


노란 눈을 가진 깜지.
휴가 나와서 몸살이 걸린 나를 간병(?)해주는 고마운 녀석들.


전역을 하고 나니 먼지와 깜지 두 녀석 모두 훌쩍 커버렸다. 작년에 내가 보았던 작은 아기 고양이들은 이제 없다. 확대되어버린 먼지는 싸가지가 없어져 간식을 원할 때만 애교를 부렸다. 마치 오나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깜지는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는지 더 애교쟁이가 되었다. 매일 안아 달라고 조르거나, 놀아 달라고 조른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었는지 때로는 깜지를 안아 주는 것이 귀찮다.


나비와 꼬맹이가 그랬던 것처럼 먼지와 깜지도 내가 입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조용해진 집안 분위기를 바꿔주었다. 이래저래 힘들었던 욱작가와 썸머를 웃게 만들어 줬다고 한다. 참 고마운 녀석들이다.


간식을 내놓으라는 저 뻔뻔한 눈빛과 손을 보아라. 딱 저때만 나에게 온다. 먼지는 변했다.
우리 깜지는 덩치만 커졌다. 참으로 멍청해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녀석과 함께 살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었다. 가장 짜증 나는 것은 털이다. 고양이가 털이 많이 빠진 다는 건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매일 청소를 해도 저녁만 되면 온 바닥과 옷들은 털 천지가 된다. 그래서 나는 에어컨을 포기하고 먼지와 깜지를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굳게 문을 닫아 둔다.


우리 셋은 녀석들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다르다. 본가에서 오랫동안 네 마리의 고양이를 키웠고, 먼지와 깜지도 참 좋지만 이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아닌 고양이다. 나는 먼지와 깜지로 인해서 내 일상이 틀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처음 먼지가 집에 왔을 때부터 느꼈지만 분명 이곳은 내가 있던 공간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외부인이 된 느낌이었다. 욱작가와 썸머는 나보고 먼지와 깜지에게 맞추라고 말했다. 난 이해할 수 없었고, 서운했다. 나의 기준에서는 고양이는 고양이, 사람은 사람이었다. 녀석들과 나는 동등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고 먼지와 깜지를 미워하지 않으니 오해는 말았으면 한다. 밥도 주고, 간식도 주고, 간혹 놀아주기도 한다. 빌어먹을 털도 맨날 청소해준다. 그러니 나는 내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말 못 하는 짐승이니 잘해주라고 해도 소용없다. 녀석들도 내 말을 이해 못하니 걔네들에게 나 역시 말 못 하는 짐승일 테니까.


나와 욱작가, 썸머가 먼지와 깜지에게 가지는 마음과 생각은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 다르게 행동하고 모순되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래도 먼지와 깜지는 건강해졌고, 잘 크고 있다. 이제 와서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나. 미우나 고우나 우리 셋처럼 이 싸가지없는 고양이와 귀찮게 구는 고양이까지 다섯이 가족인 것을.


ㄴr는 ㄱr끔 이놈이 무섭ㄷr...☆
사이좋은 척이다. 속으면 안 된다.
둘의 성격이 잘 나타난 사진이다. 표정부터 거만한 먼지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깜지를 보아라.


*먼지와 깜지 이야기는 오마발, 욱작가, 썸머 세 작가의 버전이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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