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마발 Sep 08. 2021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셋이 모여 202! 10화

처음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을 때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하는 고민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냥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망상하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꿈이 만화가였다.


우여곡절 끝에 작가가 되었지만 그건 오늘의 이야기와 맞지 않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그래서 나는 도대체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사실 작가라는 직업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딘가에 그림을 그려 올리거나 글을 쓰거나 한다면 그때부터 그 사람은 작가가 된 것이다. 꼭 돈을 받아야만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을 받으면 그때부터는 작가 앞에 ‘프로’라는 타이틀이 추가되는 것일 뿐이다.


나도 그렇게 작가가 되었다. 축구가 좋았고, 축구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부족한 실력으로 그림을 그려 인터넷에 올렸었다. 그 만화를 보고 작은 사이트에서 연재를 해달라며 연락이 왔다. 그때 보낸 메일에 나를 지칭한 단어가 ‘작가님’이었다.


이후에도 인기를 끌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작품들을 그려왔었다. 그때도 관계자분들은 나를 ‘작가님’이라 불렀다. 하지만 나는 이 타이틀이 참 민망하고, 불편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나는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궁금하다.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지금에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작가는 번듯한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며 그만큼의 원고료를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작가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고 한 적도 있었고, 누가 직업을 물어도 그냥 만화를 그린다고 했지 내 입으로 작가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나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은 커다란 목표이자 꿈이었다. 여전히 나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플랫폼에 작품을 올린 적이 없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뿐인 ‘무명작가’에 불과하다. 그래도 요즘에는 어디 가서 ‘저는 작가입니다. 만화도 그리고, 글도 쓰고 그럽니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스스로 내 커리어를 부끄러워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뭐라도 하긴 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글도 이렇게 멋진 책으로 나오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내가 이야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돈이 되는 소재와 클리셰들을 짬뽕시켜서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담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나는 내 이야기를 질질 끌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인기가 많아서, 많은 수익을 벌어 주니 불필요한 설정과 이야기들을 추가해서 스토리가 늘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도 돈을 좋아하고,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많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작가가 되고 싶지 않다. 독자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게 내가 오랫동안 가져온 작가관이 아닐까 싶다.


만화도, 소설도 대중들에게 평가를 받는 직업이니 대중성과 수익성을 계산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작품들을 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가끔은 그들의 막대한 수익이 참 부러울 때도 있다. 다만, 내가 돈을 목표로 했다면 작가는 죽어도 안 했을 것이다. 이렇게나 불확실한 직업을 돈 보고 하는 그런 도박 같은 인생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선한 사람도 아니고, 아직 대단한 작가가 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그것들을 최소한의 손해를 보고, 최대한의 이득을 낼 수 있는 형식의 작품으로 선보이고 싶다.


책을 열심히 읽고자 사재 끼지만 못 읽은 책이 산더미다.


유명한 사람들이 TV에 나와 인터뷰 같은 것을 하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받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 인터뷰를 보며 나중에 성공해서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상상해보곤 한다.

내가 작가를 그만둔 후 사람들이 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다양한 장르를 가진 작품들이 마구 튀어나오는, 누군가는 이런 장르를 가진 작품이 재밌었고, 다른 사람은 요런 장르를 가진 작품이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멋진 공간에 내 책이 진열되는 그날을 꿈꾸며.


작가 오마발은 여전히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올라가야 할 곳이 한참이나 남았다. 난 내가 성공할 것이라 믿기에 이 글을 통해 오늘도 다짐을 한다. 훗날에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이 글을 읽고 쪽팔리는 그런 작가가 되지 말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출판사가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