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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Oct 28. 2021

책을 쓰고 있습니다.

셋이 모여 202! 11화

전에 썼듯이 우리 202 STUDIO는 출판사가 되었다. 음, ‘되었다.’는 누가 그렇게 해준 것 같으니 ‘됐다.’나 ‘~로 만들었다.’가 더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출판사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아직 책을 낸 것은 한 권도 없지만 사업자 등록을 그렇게 했으니 출판사는 출판사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두 권의 책을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다. 한 권은 나의 소설책이고, 다른 한 권은 썸머의 일러스트북이다. 원래 일러스트북이 먼저 나오고 내 소설이 나중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작업 시간의 문제로 내 소설을 먼저 출판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래서 열심히 원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원통하게도 우리의 목표는 원대했으나 그 결과는 참으로 초라해질 위기에 처했다. 나의 유리 멘탈 때문에 말이다…


전역을 준비하면서 나는 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장편의 액션 다크 판타지 웹소설을 목표로 열심히 만든 이야기였다. 몇 달을 잠을 줄여가며 고민하고, 고친 이야기를 전역하고서도 열심히 썼다. 그래서 공모전에 나갔다. 내 계획보다 일정이 틀어져 고생을 좀 하기는 했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썼다. 그 결과는 탈락이었다. 아쉬운 탈락도 아닌 그냥 씹 탈락.

처음 써보는 웹소설을 공모전에 들고나가서 입상을 기대했냐고? 했다. 진짜 엄청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난 기대했다. 자신이 있었다. 좋은,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첫 술에 배 부르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난 첫 술에 배가 터지고 싶었고, 어머니는 우리 엄마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이었고, 헛된 희망이었다. 그래서 난 다시 좌절했다.


내가 만든 이야기는 좋은 그림을 만나서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했고, 다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난 한 번 무너졌었다. 입대하기 전에 1년간 제대로 작품을 연재하지 못했고, 열심히 준비했던 공모전도 떨어지자 난 만화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때는 모든 것에 의욕이 없었고, 어떤 것도 좋아할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느낀 시간이었다. 그래서 욱작가와 썸머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녀석은 날 잡아 주었고, 지금 이렇게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주변에는 뭐 크게 기대 안 했다, 금방 괜찮아졌다 했지만 사실 아니었다. 다시 그때 느꼈던 그 감정들이 밀려왔다. 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만 들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또 허송세월을 좀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만둔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아니, 하기 싫었다. 또 그런 말을 한다면 이번에는 돌이킬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출판을 위해 쓰고 있는 원고에 한 줄 한 줄 신중해졌고, 가뜩이나 늦어진 작업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내가 정말 겪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꾹꾹 눌러 담은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에, 책에 그런 모습들을 다 담아버려서 실패를 해도, 조금 뒤처져도 안 좋은 기분에 그만 휩싸였으면 해서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이런 노잼 책도 읽었다.


우리의 첫 출판물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될 녀석이다. 개판으로 만들 수는 없다. 예전의 나였다면 일단 쓰자! 라면서 막 휘갈겼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게 참 힘들다.

요즘 우리 셋은 부쩍 셋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아마 내 공모전 탈락 소식이 나오고 난 후부터였다. 그래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백신으로 인해 골골대는 욱작가는 매주 고군분투하며 마감을 하고 있고, 나 다음으로 출판을 해야 하는 썸머도 더 좋은 퀄리티를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나 역시 그들에게 민폐가 되면 안 되기에 그만 허우적대고 작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책을 만들다 보니 그동안 재밌게 읽었던 여러 책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든, 독립출판물이든 시스템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의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솔직히 이것저것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냥 기념으로 내는 책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팔려고 하니 이건 뭐 신경 써야 할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이걸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맞아?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래도 신기한 건 내가 이것들을 재밌다고 느낀다는 거다. 참으로 게으르고 유리 멘탈을 가진 내가 여전히 창작을 하고, 그와 관련된 것들을 준비하고, 알아가는 것을 재밌어한다. 귀찮거나, 불편하거나, 하기 싫을 때가 있음에도. 그런 거 보면 천직인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만 우울해하고 많이 늦어졌지만 곧 죽어도 계획대로 해낼 생각이다. 그래야 조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2022년 1월 1일의 해가 서쪽에서 뜨길 빌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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