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마발 Dec 01. 2021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없잖아.

셋이 모여 202! 12화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0.1초의 고민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젠장, 나는 또 한 명의 어머니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나를 만들어야지 내가 어머니를 만들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 나는 또 공모전에 떨어졌다.

이젠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미쳐버릴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은 것을 보면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마음을 비워 둔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올해 전역을 하면서 원대한 꿈을 꿨었다. 나는 그런 계획들을 주변에 많이 떠드는 편이다. 그래야 제대로 실행할 것 같아서 그랬는데 이게 어그러지거나 잘 풀리지 않았을 때는 좀 쪽팔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 거 보면 이젠 실패에 꽤나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내 마지막 연재가 2018년이었으니 어느새 3년을 넘어 4년 차에 접어들게 되었다. 공백기 치고는 너무 길지 않나 싶다. 이 정도면 작가 타이틀을 떼야하는 거 아닌가…? 잠정은퇴 뭐 이런…


이게 내 마지막 작품이었다.


이제 2021년도 1달밖에 남지 않았고, 내년에 서른이 되어가고, 원대한 내 계획이 틀어지니 이번 글의 제목에 쓴 저 말이 더 뼈저리게 다가온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저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누가, 언제 했는지까지 기억이 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많이 들었다. 이제 저 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기에 한 번쯤은 저 말을 따라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취직을 해보기로 했다.

취직은 내 인생에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며 내가 해볼 만한 일이 뭐가 있나 찾아보고 있었다.

다들 조금만 더 해보고 취직을 하라고 했지만,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마음이 그러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주 싫어했다. 실패하는 시간이 반복되니 나는 너무나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욱작가와 썸머와 일을 할 때에도 내가 이끌고 나가야 함에도 내 스스로가 힘을 잃어 간다는 느낌이었다.


내 핸드폰에서 보지 못했던 두 어플.


그렇다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취직을 준비 중인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기에 직접 업계에 뛰어들어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싶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작품들을 접한다면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작가로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내 꿈과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나겠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길을 택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내 취직을 위해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 활동해보지 않았기에 모르는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들에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소서를 쓸 수 있었다.

자소서를 왜 자소설이라고 하는지, 구직활동을 한 번이라도 했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힘들고, 짜증 나는 시간이었다. 다소 오글거리더라도 나를 잘 포장하는 것, 내가 제일 못하는 걸 해야 했다.


잘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완성한 자소서를 바탕으로 구직 공고에 지원 버튼을 눌렀다. 이력서에 넣을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머리도 검게 염색하고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민 끝에 지원을 하고 나니 두근두근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마냥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되었다는 생각이었는데 조금씩 준비하면서 재밌겠다, 얼른 구직활동이 끝나서 출근이란 걸 해보고 싶다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나는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컸다. 이젠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제발 구직활동만큼은 날 너무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을 쓰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