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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Nov 11. 2021

3 LAP:청송=교도소(???)

그냥 운전이 좋아서. 6화

추위 때문에 새벽에 깨느라 푹 자지 못했는데 뭔가 북적이는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어느새 해가 떠 창 밖은 밝아 있었고, 빈 공간이 한참 보이던 주차장은 빼곡히 들어선 차들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잠이 덜 깬 채 차에서 나와 한참이나 늦잠을 자서 이 사단이 났나 보다 싶어 급히 시간을 보니 오전 8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이게 머선 129!?!?


내가 잠든 곳이 주산지 주차장이니 이 사람들은 모두 주산지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일 텐데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 온 이유는 몰랐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녀왔거나 주산지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기에 빨리 가야 뭔가 더 좋은 것을 보나보다 싶어 대충 눈곱만 떼고 주산지를 향해 걸어갔다.


주산지는 주왕산 국립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주산지는 주차장에서 약 10~15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초입에는 청송의 특산품 사과를 파는 분들도 많이 계셨고, 사과 붕어빵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그 옆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있었으니 아침 일찍 가서 배고프신 분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았다. 눈곱만 겨우 떼 잠이 덜 깬 나는 입맛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맛 좋은 사과를 살 수 있다.


내가 여행을 떠났던 주가 단풍놀이를 즐기기 딱 좋은 시즌이었어서 그런지 주산지를 향해 가는 내내 멋지게 물이 든 주왕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벚꽃놀이도 가고 눈이 오면 어딜 놀러 가곤 했지만 단풍놀이는 언제 갔나 싶을 정도로 기억에 없었기에 서서히 잠이 깨며 텐션이 조금 올랐다.


주산지로 가는 길도 멋지다.


주산지는 청송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로 조선 숙종(1720년) 때 착공해서 경종(1721년) 때 완공한 저수지라고 한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에 나왔기 때문이라는데 난 안 본 영화라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주산지까지 걷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걷기 편했기에 단풍 구경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주산지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제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주산지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마 시기 좋게 물든 단풍이 그 멋을 더해주었기에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새벽부터 사람들이 찾는 것은 물안개 때문이었다. 사진 명소로도 유명한 주산지에서 새벽에 피어나는 물안개 사진을 찍는 것이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였다.


너무나 멋진 주산지.
단풍이 그 멋을 더해준다.
겨울에 눈이 새하얗게 쌓인 모습도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난 해가 뜬 후에 갔기에 물안개는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어제 이곳까지 오면서 했던 고생이 잊히는 기분이었다.

포토스팟처럼 사진이 잘 나오는 곳에 데크를 만들어 놓았기에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삼각대와 커다란 카메라로 전문가 포스를 풍기며 사진을 찍는 분들도 계셨다. 심지어 드론을 날리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아무리 사진이 좋아도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굳이 꾸역꾸역 들어가서 찍는 그런 몰상식한 짓들은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태다.


주산지를 빙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단풍구경도 실컷 한 후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과를 파는 가게에서 시식을 해보라기에 한쪽 먹어봤는데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 그런지 꽤 맛이 있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한 봉지 사 갈까 싶다가 원체 과일 같은 것들을 잘 안 챙겨 먹어서 다 못 먹고 버릴 것 같아서 사지 않았다. 음, 그래도 한 봉지 살 걸 그랬다.




다음 코스는 백석탄 포트홀이라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무슨 하얀 돌? 바위? 이런 게 있는 곳이라고 해서 왠지 멋있을 것 같았다.

주산지에서 백석탄 포트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20분 정도? 거리였는데 왠지 익숙한 길을 가고 있기에 생각해보니 어젯밤 내가 공포에 떨며 운전했던 그 길이었다. 밤에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산을 끼고 달리는 가을의 드라이브는 훨씬 재밌고 멋졌다.


청송은 산이 많다.


백석탄 포트홀은 인기가 없는 것인지 주차장에 빈 곳이 많았다. 탁 트인 계곡을 따라 조금 걸으니 하얀 바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성계곡에 있는 백석탄은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라는 뜻이고, 포트홀은 계곡의 흐름에 따라 오랜 시간 동안 풍화되고, 침식되어 암반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긴 ‘돌개구멍’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곳은 청송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이기도 하단다.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햇빛이 너무 세고, 역광이라 처음에는 어두컴컴하게만 보였는데 눈이 적응을 하자 하얗고, 푸르스름한 바위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에는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지층과 같은 문양? 뭐 이런 것도 있었는데 주변을 제외하고 바위들만 보면 무슨 인터스텔라에 나올 것 같은 그런 공간 같았다.

이곳에도 사진을 찍는 분들이 계셨다. 장화를 신고 계곡에 들어가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고 계셨다. 나도 조금 더 머물다 가고 싶었지만 화장실이 급했기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신기한 색을 띠고 있다.
무늬가 신기했다.
형형색색의 산과 대비되어 더 멋졌다.


청송에서 마지막 코스는 백일홍이라는 카페였다. 이 카페는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송소고택’이 옆에 위치하고 있다. 송소고택처럼 고택을 개조한 카페였는데 고택 특유의 분위기 덕분인지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했다.


예쁜 카페다.
이런 곳에서 글을 쓰니 괜히 더 잘 써지는 기분이었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한 시간 정도 야외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해가 뜨고 나니 날도 많이 춥지 않았고, 그렇다고 덥지도 않아 밖에 앉아 있기 최적의 조건이었다.

송소고택은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고, 멋진 곳이었지만 차박을 하며 부리지 못한 여유를 부리고자 가지 않고 카페에만 있었다. 송소고택은 숙박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직접 머물며 고택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저곳이 송소고택이다.


사실 청송에 오면 청송교도소에 가보려고 했었다. 인구가 3만이 되지 않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교정시설 유치에 힘쓰는 곳이기에 볼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청송에 대해서 알아보니 교도소는 내가 구경을 할 수도 없었고, 군부대처럼 지도에 표시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주요 관광지인 주왕산과 그 주변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아마 청송 하면 나처럼 교도소 말고 떠오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주변에 물어봐도 청송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뭐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주 짧게나마 청송을 돌아다녔지만 내가 가보지 못했거나 제대로 보지 않은 곳이 더 많았다. 청송은 교도소라고 생각하던 나의 편견을 깬 시간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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