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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Dec 26. 2021

5 LAP : 동해의 온천

그냥 운전이 좋아서 8화


첫 출근을 며칠 앞두고 앞으로는 여행을 다녀와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을 예정이기에 백수로서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번에도 어디를, 누구와 갈지가 큰 고민거리였다. 백수로서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라는 멋들어진 타이틀이 붙었으니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오고 싶었다. 며칠을 여기를 갈까, 저기를 갈까 고민하다 나온 곳은 바로 7번 국도였다.


7번 국도는 국도 여행들 중에 꽤나 유명한 편에 속한다. 동해를 따라 길게 뻗어 있는 7번 국도는 ‘등뼈 국도’라는 별명이 있는 도로다. 게다가 중간중간 새파란 동해를 보며 달릴 수 있는 해안도로도 있기에 7번 국도를 따라 여행을 하는 것은 꽤나 유명한 관광지였다. (심지어 7번 국도라는 이름의 노래도 있다.)


커플들이 데이트하기에도 좋은 코스라고 알고 있어서 나중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한 번 가봐야지 싶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딱 맞았다.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기 직전에 떠날 수 있었기에 지도를 보고 가야 해서 힘들겠지만 같이 가자고 하니 흔쾌히 응해주어 이번 여행은 여자친구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첫날 동해로 출발하고, 이튿날 포항까지 지도를 보며 7번 국도를 따라 포항으로 가는 2박 3일의 일정을 잡았다. 7번 국도는 부산에서 시작하는 도로이니 우리는 역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너무 길어서 우리는 동해에서 포항까지만 가기로 했다.


여자친구의 올해 남은 마지막 반차를 불사르며 우리는 동해로 출발했다. 며칠 전에 새콤한 음식이 먹고 싶다던 그녀의 요구에 따라 첫 메뉴는 동해에서 회덮밥과 물회를 먹기로 했다. 오부자 식당이라는 곳이 유명하다 하기에 찾아갔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 어두운 밤이 되었지만 아직 시간은 대략 7시. 늦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무난히 밥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부자 식당은 재료가 다 떨어져서인지 비수기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일찌감치 영업을 마감했다는 매정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냥 문을 열었길래 간 식당.


결국 우리는 옆에 있는 원주 횟집이라는 곳에 갔다. 주변에는 온통 비슷한 횟집들만 가득했고, 먹고 싶었던 메뉴는 물회와 회덮밥이었기에 갈 수밖에 없었다. 손님은 대게를 먹으며 얼큰하게 취한 대여섯 명의 아저씨들을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물회와 회덮밥을 시키니 금방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오부자 식당의 맛이 어느 정도인지는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우리가 간 원주 횟집도 분명 그에 뒤지지 않는 맛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깔린 밑반찬들도 괜찮았고, 잡다한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하게 회와 야채만 들어간 물회와 회덮밥도 참 좋았다.


간혹 회는 적고, 야채만 한가득 주는 식당들도 있는데 원주 횟집에서 먹은 물회와 회덮밥은 먹어도 먹어도 끊임없이 회가 씹혔다. 배도 고팠고, 너무 맛있어서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는지 다 먹고 나서야 지저분한 흔적만을 남길 수 있었다.


이 집 음식 참 맛있다.


동해에서 1박을 해야 했기에 숙소를 찾다가 동해 보양온천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코로나로 인해 목욕탕을 가본 기억이 한참 전이었기에 우리는 이번 기회에 온천을 즐겨 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가 밥을 먹고 식당을 나온 시간은 8시쯤이었고, 온천은 9시면 문을 닫았기에 다음날을 기약해야 했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동해 보양 온천 컨벤션 호텔의 건물은 정말 특이하고 멋있게 생겼다. 본관에는 온천, 수영장부터 바다 전망의 레스토랑까지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숙소는 본관이 아닌 별관이었다. 왜냐고? 본관이랑 별관이랑 큰 차이는 없겠거니 했었다.


용궁 같은 모습의 본관.
별관은 그냥 특이하게 생긴 모텔 같이 생겼다.


별관은 본관의 옆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그냥 조금 더 깔끔한 모텔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요즘 좋다는 모텔들보다는 전체적으로 낡은 느낌이 들지만 하룻밤 자고 가기에는 큰 무리는 없었다.

일정을 생각하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과연 우리가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가득 안고 잠든 우리는 알람 소리에 칼같이 일어나며 온천을 향한 의욕을 불태웠다.


호텔 숙박객은 온천 요금도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별관에서 호텔까지 추운 바닷바람을 뚫고 맞이하는 온천의 온기는 참으로 따뜻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코로나에 대한 걱정도 잠시 잊어버리고 그 순간만큼은 온천물에 오랜 피로를 풀어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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