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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an 24. 2022

6 LAP:7번 국도와 대게

그냥 운전이 좋아서 9화

뜨끈한 온천수로 피로를 풀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우리는 열두 시쯤이 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역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었기에 온천욕을 마치고 숙소에서 한숨 자고 나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7번 국도를 따라 포항까지 내려가기 전에 동해의 관광지를 하나 둘러보기로 했다. 전날 저녁을 먹었던 식당 근처에 있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 가기로 했다. 동해의 관광지를 검색하다 발견한 곳이었는데 21년에 새로 생긴 관광지이며 21년도 동해 관광객 유치에 큰 보탬을 한 장소라고 한다. (참고로 도째비골은 도깨비의 오타가 아니라 방언이라고 한다.)


해랑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스카이워크와 함께 동해 바다를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인기지만 우리가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스카이 사이클이었다. 와이어 위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레포츠인데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 말고는 이런 레포츠는 별로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스카이밸리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데 그중 스카이 사이클은 무려 1인 15000원이라는 어마 무시한 가격을 자랑했다. 가격은 미처 검색해보지 않고 갔기에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기왕 온 거 재밌게 타보기로 했다. 막상 스카이 사이클 앞에 도착하니 다시 한번 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이사이클은 비싸다.


높이가 적지 않았는데 밑에 그물망 같은 것도 없었고, 그 높이를 직접 마주하니 생각보다 페달을 밟기가 쉽지 않았다. 그물망은 없지만 자전거 위로 와이어와 고정하고 아래쪽 와이어를 타고, 보호장구도 갖추고 타는 것이니 안전하겠지만 괜히 겁이 나는 게 사람 마음인지라…

안전요원은 페달을 멈추지 말고 계속 밟아 나아가라는데 진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겁이 나서 천천히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잔뜩 경직된 자세로 반대편에 도착하니 자전거를 돌려 그대로 돌아가는 왕복 코스였는데 처음이 어려웠지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옆에서 내 뒤를 이어 출발한 여자친구는 재밌게 타는 것을 보니 내가 더 겁이 많은 것 같았다.


생각보다 높고, 무섭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앞에 해랑 전망대도 있으니 들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스카이밸리가 하늘을 걸을 수 있다면 해랑 전망대는 바다를 걸을 수 있게 설치되어 있어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스카이워크와 해랑 전망대


간단하게 근처 식당에서 대게라면을 한 그릇씩 먹고 지도를 펼쳤다. 딱히 어려울 것도 없이 7번 국도를 타고 쭉 내려가면 되지만 바다를 끼고 달리고 싶다면 7번 국도만 타고 내려갈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해안가로 빠져서 달려야 했기에 울진 촛대바위를 들리기로 했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면 별로라고 생각했을 대게라면.


온천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인지 옆자리에서 잠이 든 여자친구를 태우고 열심히 7번 국도를 따라 달렸다. 평소에는 중간중간 멈춰 서 지도를 확인하곤 했지만 평소에도 예정시간보다 오래 걸렸었기에 촛대바위 정도면 표지판이 나오겠거니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 위에는 수많은 갈색의 관광지 표지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우리가 가려고 했던 촛대바위 표지판은 보이지 않았다.


이쯤이면 보일 때가 됐는데 싶은데도 끝까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화장실도 갈 겸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편의점이 딸려 있는 주유소에 차를 세웠다. 한참 지도를 뒤적거리며 현재 위치를 찾고 보니 이미 촛대바위를 한참이나 지나온 뒤였다.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거리도 거리였고, 표지판을 보지 못했으니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포항에 도착할 시간이 더욱 늦춰지기에 어쩔 수 없이 촛대바위는 포기하게 되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7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다 포항 초입에 있는 대형 카페 ‘러블랑’에 도착했다. 촛대바위를 놓쳐버린 뒤라 카페도 놓치면 어떻게 하나 싶었지만 러블랑은 정말 7번 국도변에 바로 보이기에 놓치기 쉽지 않았다.


카페 사진을 하나도 찍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이라도 넣어본다.(홍보 아님)


요즘 바다와 내륙 가리지 않고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 지역에 대형 카페들이 많이 생기는데 우리가 찾은 러블랑도 그런 곳이었다. 주차장도 넓고,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탐스러워 보이는 디저트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으래야 없을 수 없는 그런 조합이었다.

이런 카페에서는, 특히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우리도 한참을 눈치싸움을 벌이다 창가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창가 자리에서 찍은 바다. 야외에 포토스팟들도 여럿 있다.


서서히 해가 저물어갔기에 마지막 목적지인 포항의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수욕장에서 석양과 함께 영일정의 야경을 감상하려 했는데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을 좀 헤맸기에 어두워지고서야 영일대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두운 해수욕장을 밝히는 영일정의 불빛과 그 뒤로 보이는 포스코 단지의 불빛의 조화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야경은 언제나 옳다.
포항에 여러 번 왔지만 볼거리가 꽤나 많다.


날도 춥고, 배도 고팠기에 짧은 야경 감상을 마치고 숙소에 짐을 푼 뒤 맛있는 대게와 술로 포항에서의 밤을 보냈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대게가 너무 맛있어서 혼자 소주를 세병이나 마시고 거하게 취해버렸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숙취가 없어 서울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음에 감사했다.


소주 세병을 마시게 한 장본인.


21년 하반기에는 유독 포항을 자주 갔었던 것 같다. 축구를 보러 혼자서, 욱작가와 썸머와 함께 늦은 여름휴가로도 왔었다. 이번에는 여자친구와도 왔으니 한동안 여행에서 포항은 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유독 경상도 지역은 많이 와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좀 더 다양한 곳에 가보고 싶다. 이제 직장인이 되어 얼마나 자주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말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여행은 떠나기 전에도, 떠났을 때에도, 돌아온 후에도 날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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