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마발 Mar 19. 2022

7 LAP:차는 용기로 사는 거야...?

그냥 운전이 좋아서 10화

내 글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차를 참 좋아한다. 차도 좋아하지만 운전하는 행위 자체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그렇기에 이 차, 저 차 타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현재 나의 애마인 아반떼(이하 아방이)와는 곧 이별을 앞두고 있다. 돈이 없던 대학생 시절 뽑은 차라 장기렌트로 구매했기에 올해 9월이면 계약이 만료되어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새 차를 알아보고 있다.


소중한 아방이


지금은 차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악의 시기이다. 코로나로 인해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겼고, 이것이 장기화됨에 따라 차량을 출고받는 것에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짧아도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리는 아주 미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중고차의 가격도 상승했다. 1년 정도 탄 차는 신차와 가격이 같았고, 신차와 다를 바 없는 차량들은 더 비싼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를 사자니 성격 급한 나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차를, 운전을 좋아하니 자연스레 차에 욕심이 생겼다. 조금 더 비싼 차가 가지고 싶었고, 모두가 부러워할 말 한 브랜드의 차가 가지고 싶었다. 맞다. 허세가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차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이었다. 모두가 포르쉐, 페라리, 벤틀리가 타고 싶은 건 당연지사지만 우리에겐 각자의 상황에 맞는 예산이라는 것이 있었다. 나에게도 예산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매달 감당할 수 있는 할부금은 한정적이었다.


차는 용기로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기사나 유튜브에서 핫한 카푸어라는 종족들이 만들어낸 말로 알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용기를 내어 보려 했다.

처음에는 흔히들 말하는 독일 3사의 차량들을 보았다. 그러다 이것들은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님을 깨닫고 같은 크기의 더 많은 옵션을 가졌지만 가격은 훨씬 싼 제네시스 GV70이라는 차의 계약을 넣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빨간색 외장 컬러를 가진 멋진 차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참 행복했다. 차량을 계약하고 받은 현대자동차 달력에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며 애타게 차를 기다렸다.


이쁘긴 참 이쁘다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이 많아졌다. 독일 3사의 차량들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아 타협을 보고 제네시스까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지만 그 용기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기에 점차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차를 사면 정말 오랫동안 타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게다가 내 인생에서 몇천만 원의 돈을 대출받은 적이 처음이라 그런지 두려움도 있었다. 이제 겨우 입사 3개월이 된 나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용기의 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지를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물론 수천만 원짜리 차를 사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웃기긴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랬다. 차가 한 달 또는 두 달 내에 나왔다면 난 행복하게 GV70을 타고,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과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GV70은 곧 연식변경을 앞두고 있었고, 그만큼 차량이 개선되기도 하겠지만 차량의 가격 상승도 함께 따라왔다. 결국 나는 GV70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많이 무리를 했는데 단 돈 100, 200만 원이 오르는 것도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차가 좋아서 가고 싶었던 현대 고양 모터 스튜디오에도 다녀왔다.


주말인지라 아직 계약을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굳혔다. 나는 GV70이 아니라 그보다 500만 원이라도 싼 차를 사기로 했다. 어마어마한 용기를 가지지 않고 지를 수 있는 한계치가 딱 그 정도인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의 나와 좀 더 어울릴만한 그런 차를 찾기로 했다.


신차 구매를 고려하면서 참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이 차는 어떠냐, 저 차는 어떠냐 하는 질문 따위를 주변에 수십 번 해댔다. 아마 확신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차 잘 골랐네! 멋있다! 잘 타고 다닐 거야 같은.


한편으로는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다. 나는 차도 좋아하지만 운전을 더 좋아했기에 어떤 차를 타든 즐겁게, 행복하게 카라이프를 즐겼을 것이다. 물론 저 차 사려고 했는데 이쁘긴 이쁘네 따위의 생각을 할 때도 있겠지만 난 분명 내 차를 가장 예뻐하고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그 차가 어떤 차든.


나도 아직 내 차가 어떤 차가 될지 모르겠다. 조금 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결정을 해도 차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GV70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 한편이 편안한 느낌이 든다. 아마 나도 모르게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차든 안전하고, 재밌게 날 목적지에 잘 데려다 줄 녀석이면 된다. 그거면 된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6 LAP:7번 국도와 대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