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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Feb 07. 2022

2년 차 신입사원

셋이 모여 202! 15화

작년 12월 중순에 입사를 했으니 어느새 회사를 다닌 지 어언 2달이 다 되어 간다.


아직 수습 3개월 딱지도 떼지 못한 신입사원 나부랭이인 나는 설 전에 제대로 된 첫 월급을 받았다. 그동안 서울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통장에 들어왔다.


‘1월 급여’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돈을 보니 참으로 기뻤다. 직장인이 되어 처음으로 번 돈은 그동안 내 통장에 들어왔던 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 월급으로 욱작가와 썸머에게 맛있는 밥을 샀고, 30년 인생 처음으로 부모님께 용돈도 드렸다. 조금은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취직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해 줬다.


내 양팔에는 세 개의 타투가 새겨져 있다. 가장 처음에 한 타투는 2015년에 영국에서 새긴 작은 레터링인데 부위가 손목이다 보니 긴 팔을 입어도 남들에게 보일 것은 분명했다. 타투이스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광장 벤치에 앉아 한참을 담배를 피우며 고민을 했었다.


‘나 진짜 후회 안 하겠지?’


‘해도 되는 거 맞아?’


‘나중에 취직할 때 타투 때문에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거 아니야?’


여러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손목에 첫 타투를 새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작가 할 거니까 취직 같은 거 안 해. 그래서 괜찮아.’


그리고 지금 난 직장인이 되었다.


2015.09.07 내가 유럽여행을 위해 출국한 날짜를 손목에 새겼다.


이렇게 내 인생에 취직이란 없었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취업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에게 지시를 받고, 시키는 것만 하는 그런 생활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취직하고 보니 직장생활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깨워도 잘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알람 한 번에 눈을 뜨고, 1시간을 서 있어야 하는 지하철을 타도 힘들거나 짜증이 나지 않았다.


물론 신입 나부랭이인 나에게 회사에서 과중한 업무를 맡기지 않아서 그럴 수 있지만 나는 직장생활이 꽤나 맞는 사람이었다.


취직을 하고 나니 예전처럼 개인 작업을 할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소설 원고를 완성하는 시간은 끝을 모르고 늘어지기 시작했고, 직장인의 피로함은 내 생각보다 컸다. 몸은 꽤나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하다.


많이들 오해하는데 내가 취직을 했다고 작가를 때려치운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202 스튜디오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했고,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것이 회사였다. 그래서 열심히 다녀보려고 한다.


강남에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인의 퇴근길은 늘 설렌다.


아직 2달이 채 되지 않았으니 당연하겠지만 출근길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언제까지 이 마음가짐이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아무래도 직장인이 되었으니 내 꿈에 조금 더 늦게 도착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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