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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Apr 14. 2022

9 LAP:차를 샀다.

그냥 운전이 좋아서 12화

세상은 넓고, 이쁘고 멋진 차는 너무 많았다. 게다가 이번에 차를 사면 언제 또 차를 살지 몰랐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드디어 나는 차를 샀다.


‘BMW 미니 해치백 JCW’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택받은 건 미니 JCW였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친 차는 바로 코나 N이었다. 많이 시끄럽기는 하지만 N의 배기음은 매력적이었고, 가격과 성능 그리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코나 N은 전시차나 시승차를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한참을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겨우 찾은 전시장에는 새 차를 산다면 가장 가지고 싶은 컬러인 빨간색의 코나 N이 전시되어 있었다. 운전석에도 앉아보고, 조수석과 뒷자리를 오가며 한참을 차를 둘러보고는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JCW 시승을 도와주었던 미니 딜러에게 연락을 했다.


전시장에서 처음 만난 하얀색 JCW.


미니라는 브랜드의 차량에 관심을 가진 것은 꽤나 오래되었다. 차에 관심이 없던 학창 시절에도 미니는 이쁜 차라고 생각했었다. 작고 개성이 있는 디자인의 차였기에 얼마인지 몰랐지만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보니 미니 차들은 하나같이 가성비가 구렸다.


JCW를 보기 위해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출고가가 얼마인지는 알고 있었다만 같은 그룹인 BMW의 비인기 차종들은 요즘 같이 차량 대기가 한참이나 걸리는 시기임에도 나름대로 많은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으니 미니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전시장을 방문해보니 그러지 못했다.


미니의 가성비는 심각하게 구리다.


같은 엔진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BMW M135i에 비해 클럽맨 JCW는 사실상 할인이 없는 수준이었다. 조금 더 실용적인 클럽맨 JCW를 살까 싶었던 마음은 가격을 듣고 철저하게 무너졌다.


해치백 JCW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최신 국산차에 비교하면 현저하게 부족한 옵션에 반도체 이슈로 인해 ACC, 하만카돈 오디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빠진 차량만 재고가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지금 타는 아방이보다는 옵션이 많았고, 그 덕분에(?) 200만 원 싸게 살 수 있었으니까.


JCW를 선택하기 전에 잠깐 시승도 해봤다. 작은 차체와 어울리지 않는 배기음과 그 작은 차체 덕분에 얻을 수 있는 운전 재미는 내 마음을 굳히기에 충분했다. 특히 실내외 가리지 않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여러 번 말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재고가 빨간색이었다.


빨간 차가 갖고 싶었다. 때마침 칠리 레드 색상 재고가 있다고 하여 빠르게 출고를 진행할 수 있었다. GV70으로 인해 출고 대기는 이제 질렸다. 빨리 받을 수 있는 차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계약금을 넣고 출고까지 1주일 정도가 걸렸는데 이 시간이 정말 힘들었다.


미니를 사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내 선택에 의문을 가졌다. 도대체 왜 많고 많은 차들 중에 작고, 불편하고, 비싼 녀석을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난 그들을 이해한다. 미니는 ‘그 돈 씨’에 어울리는 차니까.


그 돈이면 ㅆ...


그래도 난 미니가 좋았다. 사실 내가 고성능 차를 찾았지만 서킷을 갈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F1도 좋아하지만 서킷을 돌거나 드리프트를 하거나 하는 취미는 나에게 없다. 그냥 운전이 좋은 거지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닌 나는 항상 ‘차는 디자인이 1번.’이라고 말해왔다. 그래서 미니를 선택할 수 있었다.

코나 N의 레드 컬러가 좀 더 어울렸다면 그쪽을 골랐을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미니의 칠리 레드 색상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작은 차의 사이즈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내가 뒷자리에 탈 일은 없을 것이고, 폴딩이 되니 여행을 가거나 하기에도 부족함은 없었다. 무엇보다 길에서 많이 보이지 않은 차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주차장에서 수많은 차들 사이에 내 차가 유독 잘 보였으면 하는 욕망이 있었다. 그걸 미니는 이뤄줄 수 있었다.


아방이와는 다르게 천연 나파 가죽이 씌워진 스티어링 휠.


속전속결로 출고가 이루어졌다. 본사에서 검수 과정이 늦어진다고 해서 그냥 선팅만 후딱 받았다. 사실 하루나 이틀 차 좀 늦게 받을 수 있지만 진짜 미친 듯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일정이 틀어졌기에 조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 8시쯤이 되어서야 차를 만나볼 수 있었다. 엄연히 아방이가 첫 차이지만 장기렌트였으니 진짜 내 이름으로 등록된 첫 차가 생겼다. 정말 너무나 행복했다.


낮에 봐도 이쁘고
밤에 봐도 이쁘다.


JCW라는 이름처럼 운전이 재밌어지는 녀석이다. 아방이와 비교하면 고속에서도 안정성이 상당했고, 브레이크의 성능이나 가속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했다. 이 녀석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개성 넘치는 실내도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라포’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포르쉐를 닮은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특징이라 ‘라이트는 포르쉐’ 줄여서 ‘라포’다. 아직 만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어색하기도 하고, 모르는 기능들이 더 많다. 앞으로 세차도 해주기 위해 세차 용품도 무려 20만 원어치를 샀다.

세차도 자주 해주고, 함께 여행도 가며 그것들을 이곳에 기록해보려 한다. 더욱 즐거운 카라이프가 될 것 같다.


캬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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