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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un 24. 2021

전시회(1)

셋이 모여 202! 4화

우리의 첫 전시회는 2016년, 학교의 지원을 받아서 열게 되었다. 욱작가와 썸머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 역시 호주와 유럽을 다녀온 뒤 다시 모였을 때 202라는 이름은 허울뿐이었다.

202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욱작가와 썸머에게는 통보하듯 말하고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전시회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리는 100만 원과 전시장을 지원받게 되었다.


첫 전시회 테마는 유럽이었다. 내가 2개월 동안 다녀왔던 유럽여행에서 찍었던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기념품들도 전시하기로 했다. 신청서가 통과된 후부터 우리는 전시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전시회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준비해야 했다. 넓은 공간에 맞춰 작품 수를 결정해야 했고, 액자에 홍보 포스터와 현수막까지.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처음으로 셋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첫 전시회 포스터. 아쉽게도 너무 오래전이라 전시회 사진은 남아있지 않았다.


‘MIXPAPER in europe’. 이것이 우리의 첫 전시회 타이틀이었다. 여기서 ‘MIXPAPER’는 지금의 우리 202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던 프로젝트였다. 썸머의 입대 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썸머의 말에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나는 내 사진으로 그림을 그려 엽서를 만들기를 제안했다. 열심히 준비한 100세트의 엽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었는데 우리의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이때 만든 엽서에 우리는 MIXPAPER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이 프로젝트에서 재미를 느끼고 욱작가와 함께 202 STUDIO를 만들게 되었다.


202의 첫 발을 내딛게 해 주었던 MIXPAPER.
이렇게 뒷면에는 원본이 되는 사진이 들어갔었다.
썸머의 필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지금 보니 참 멋없는 사진들을 썼다.


그런 뜻깊은 이름이 우리의 첫 전시회 타이틀이 되었기에 우리는 더 열심히 준비했다. 힘겹게 모든 전시물을 전시하고 전시장을 바라보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우리가 직접 모든 것을 해낸 첫 프로젝트. 그것이 주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욱작가도, 썸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2019년, 두 번째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함께 기획하고 진행을 하지만 전시회에 모든 작품들은 썸머의 작품인 개인전이었다. 첫 전시회 이후로 여러 번 전시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왔지만 우리에게는 전시회를 열 돈이 없었다.


열심히 전시회를 열만 한 공간을 알아봤지만 대여료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 나는 광주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SOS를 청했다. 친구는 대여료도 없이 흔쾌히 카페에서 전시를 열 수 있게 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전시회 포스터. 이것도 파일을 찾을 수 없어 썸머의 방에서 직접 찍었다.


두 번째 전시회 타이틀은 '202 STUDIO : SUMMER's Exhibition'으로 정했다. 기획과 구성은 셋이 함께 했지만 전시되는 모든 작품은 썸머의 작품인 개인전이었다. 개인전이었기에 썸머는 큰 부담을 느꼈지만 지금까지 그려왔던 그림들, 새롭게 그려내는 그림들을 썸머는 멋지게 그려 냈다.

우리는 그동안 썸머가 그려왔던 수많은 그림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전시회에 걸 그림들을 골랐다. 좋은 그림이 많았기에 고르는 작업도 오래 걸렸고, 그 종류도 참 많았다. 이번에는 굿즈도 만들기로 했다. 이 멋진 그림들을 어떻게 좋은 굿즈로 만들어 낼지 다시 한번 셋이 머리를 싸맸다.


전시회 날, 새벽부터 광주로 내려간 우리는 몇 시간에 걸쳐 카페를 가득 채워 그림을 걸었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카페였지만 공간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그림들이 걸렸다. 손님들이 하나 둘 오시게 되고, 썸머의 멋진 그림들을 보고는 좋아해 주셨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맛에 전시회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입구 옆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던 93% 시리즈.
전시회가 끝난 후 가장 처치 곤란한 녀석이 되었지만 너무나 멋졌던 대형 전시물.
다양한 느낌의 개성 넘치는 썸머의 작품들.
첫 번째 전시회 때 그림들도 새롭게 인쇄해 전시했다.


두 번의 전시회가 우리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작품들은 집 안에 둘 곳이 없어 차 트렁크에 장시간 방치되었고, 막대한 양의 굿즈 재고들은 모두 폐기 처분되었다. 많은 돈을 들였던 전시회는 아니었지만 마이너스를 본 비용들은 우리에게 결코 작지 않았다.

하지만 전시회를 통해 우리는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각자 다른 색을 가진 우리가 합쳐져서 다양한, 재밌는 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 작품들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돈 보다도 값진 경험이었다.


전시회는 힘들다. 적절한 장소를 찾아야 하고,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굿즈도 만들고, 전시회의 콘셉트부터 작품의 설치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하기에 셋이서 오랜 시간 동안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전시회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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