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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Jun 09. 2021

습관

셋이 모여 202! 3화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몇 가지 버릇이 있었다. 그중 가장 심한 것은 손톱 물어뜯는 것이었다. 다른 버릇들과는 다르게 이것만큼은 성인이 되어서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짧고 뭉뚝한 모양의 손톱은 나의 이빨로 인해서 항상 아작이 나 있었다.


나의 손톱 물어뜯기의 정도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매일 같이 물어뜯었고, 상처가 나거나 곪았다. 심한 경우에는 곪은 상처로 인해서 손톱이 들려 뽑히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부모님은 이런 나의 버릇을 참으로 싫어하셨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난 이 버릇을 고쳐 보기로 했다. 한 번에 근절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해 한 개의 손톱부터 길러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엄지, 다음에는 검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길러보던 손톱은 어느새 열 손가락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손톱은 가지런하게 길기 시작했다. 예쁘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손톱을 기르고, 손톱깎이로 자를 수 있는 손톱이 되었다. 이제는 그동안 내가 어떻게 손톱을 물어뜯었는지 그 방법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이나 유튜브 등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본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한 사람이란 수백억 대의 자산가가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나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해보니 가장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부지런했지만 나는 게을렀다.


맞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나의 알람은 내가 일어나기 위함이 아니고 옆에 사람이 일어나 나를 깨우는 용도였다. 청소나 정리 따위도 귀찮아서 제대로 하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짬이 찰수록 청소를 안 했다.) 그래서 우리 집은 항상 사람을 데리고 오기도 창피할 정도로 개판이었다.

작업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유튜브나 드라마, 게임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렇게 나를 돌아보니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런 식이라면 나는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만 될 뿐이었다.


전역을 하면서 이 게으른 습관을 고치기로 다짐했다. 가장 먼저 집 정리를 시작했다. 욱작가가 따로 살게 되면서 작업 공간을 거실로 옮겼고, 나와 썸머는 각방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며칠에 걸쳐 짐을 정리하고 청소를 했다. 개고생을 하며 방을 치우니 이때부터는 귀찮아도 정리를 하고 매일 청소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여전히 가끔은 청소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PT를 끊었다. 군대에서 살을 좀 빼기도 했고, 군대에서 대상포진에 시달렸다 보니 건강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게다가 없는 살림에 비싼 돈을 주고 PT까지 끊었으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도 너무 바쁘면 간혹 빼먹는 날도 있다…) 이렇게 청소를 하고, 운동을 하고 나면 조금은 내가 부지런해졌다는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겨우 이것만으로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여전히 작업의 집중력은 떨어지는 편이고, 잠도 많이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고쳤을 때처럼, 조금씩 게으름을 떨쳐내고 그 빈자리에 부지런함을 채워 넣으려 노력하고 있다.


얼마나 걸릴지, 정말 이것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겠지만 나는 성공하기 위해 나쁜 습관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일단은,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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