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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변화 된 일상과 균형에 대하여

by 하월야

아주 오래전 학생 때 작은오빠에게

탁구, 자전거 타기, 배드민턴을 배웠다.

자전거는 엄마, 언니가 오빠한테 배울 때 옆에서 구경하다가 엉겁결에 배우고

탁구는 탁구장에 가서 배웠는데 그 후에도 오빠와 탁구장에 가끔 다녔다.


오빠가 결혼을 하고도 자연스럽게

배드민턴을 자주치곤 했다.

오빠는 운동을 즐기는 편이다.


올케언니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말없이 따라오지만

공이 넘어와도 두발을 땅에 붙이고 움직이지를 않는다.

결국 나하고 배드민턴을 많이 쳤다.


후에 나도 결혼을 하고

배드민턴을 다시 치기까지 시간이 좀 흘렀다.

남편하고 쳤는데 남편은 구기종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재미가 없었다.


오빠하고는 호흡이 잘 맞고 재미가 있었는데

남편 하고는 재미도 없고 늘 힘이 들었다.


딱히 마땅한 상대도 없어

남편과 계속 쳤지만 늘 힘들었다.


산책을 할 때도 "천천히 가자" "너무 빠르다 "

걸음의 폭을 따라가기 힘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오빠와 배드민턴을 친 게 15년 전

그날이었다.

오빠랑 오래간만에 치는데 역시 재미가 있었다.

신나게 하늘 높이 멀리 힘껏 쳤다.


한참을 치다 보니 오빠의 숨찬 호흡소리가 몹시 크게 들렸고,

공을 줍고 돌아서는 오빠의 주황색 티셔츠가 땀에 젖어 추~욱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빠와 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다른 의미로 놀랬던 것 같다.


남편하고 치면서 체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았다.

저질체력인 내가?


지금은 내가 조금만 앞서가면

"빨리 좀 오소" 구박 한번 한다.

이제는 남편이 내 속도에 맞춰서 가는 것은 아닐까?

나란히 ㅡ


그 후 오빠는 담배를 끊고 마라톤에 입문해서

지금까지 63세에 열심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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