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에서 25일차-2월2일 일요일
오후에 친구들이 온다.
그래서 오전 10시 미사를 보기 위해 서둘러 준비를 했다.
오늘이 한림성당을 가는 마지막 날이다.
미사 시간에 딱 맞춰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조금 서둘러 나갔다.
해안길을 따라 성당을 가는 것이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깐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주 일요 미사보다는 사람이 적어서 1층에 앉았다.
파견성가가 끝난 후 잠시 앉아서 기도했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누구나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교사가 아니었다면 제주 한달살기를 계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생 중에 가장 열심히, 치열하게 공부했던 것이 교사 임용시험이었다. 요즘 그때 고생했던 것이 보상받는 기분을 많이 느낀다.
이 모든 상황을 주신 주님께 감사 기도를 하고, 내가 바라는 바를 기도했다.
예전에는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기도를 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짧은 기도 후에 느릿느릿 성당 문을 나서는 데, 성가대 봉사를 하시는 자매님이 말을 거셨다.
"못 보던 얼굴인데 원래 여기 성당을 다니셨나요?"
"아니요, 여행 중이에요"
"어쩐지, 행복한 여행되시고 막 즐기세요~"
기분 좋은 덕담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귀여운 고양이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친구들을 데리러 공항으로 출발했다.
오늘 저녁은 수협에서 떠온 회와 올리브 오일에 구운 전복 그리고 애월 삐골라 상점에서 미리 구매한 내추럴 와인~
혼자일 때도 즐겁지만, 여러 명이 함께하는 이 시간도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