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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또 제주(27)

한림에서 27일차-2월4일 화요일

by 풀잎소리

일요일에 왔던 동생들 중 한 명이 피정이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두 명의 동생들이 먼저 올라가고 한 명만 목요일까지 남기로 했다.

아점으로 저지리에 있는 뚱보아저씨에서 갈치구이 정식을 먹고, 공항에서 가까운 오션뷰 카페를 가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삼양검은모래해변에 에오마르라는 카페가 있었다. 동생 중에 한 명이 "어, 거기 카페 환승연애에서 나온 곳이야. 언니들" 그러면서 자기가 환승연애를 보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역시 국어 선생님이라 맛깔나게 설명을 잘한다. (에오마르는 포르투갈어로 '그리고 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에오마르의 3층에 올라가니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통창에 펼쳐지는 파도가 우리를 압도했다. 정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우와'라는 탄성이 쏟아졌다. 빵과 커피를 마시다 보니 탑승시간이 가까워져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약 30분 전쯤에 제주공항 출발층에 도착해서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하면서 곧 만나기를 약속했다.


세명의 국어 동생들 중 둘째는 목요일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해서 우리는 남은 오후를 도립미술관에서 보내기로 했다. 아파기 표류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파기는 탐라국의 왕자라고 한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제주 해변으로 떠내려오는 쓰레기를 작품으로 만든 설치 미술이 전시되어 있었다. 장리석 기념관에서는 해녀를 주제로 유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강렬한 색채에 고갱의 타히티 섬의 여자들이 생각났다. 차이점이 있다면 제주의 해녀들이 생활을 책임지는 강인한 모습, 어떻게 보면 남성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고갱이 그린 여자들은 좀 더 육감적이고 여성적인 것 같다.

그 외 여러 작품들이 있었고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쓰였던 지금도 쓰이고 있는 바구니 전시 작품이었다. 바구니를 부르는 이름도 다양했다. 또 아기를 재우고 흔들어주는 요람 기능의 바구니도 생소하고 신기했다.

생각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을 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평범한 것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배치하냐에 따라서 그냥 물건이 될 수도 예술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예술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나의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재료를 가지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예술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너무 난해하면 안되겠지만...스스로부터 감동할 수 있고 의미를 담을 수 있다면 말이다.

갑자기 이외수 에세이에서(정확한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다) 등장했던 동네 바보가 생각난다. 이외수가 사는 동네에 명화만큼은 제대로 알아보는 바보가 있었다. 어느 날 이외수가 심심해서 아무렇게나 그림을 그려서 이 바보에게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바보가 '이거는 아무것도 아니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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